사회 사건·사고

"가해자 OO가 증거 은폐할 가능성"..故오요안나 지인들 폭로, 유족은 "민사소송"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9 08:41

수정 2025.01.29 10:17

작년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연합뉴스
작년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작년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과 나눈 메시지와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이에 유족 측은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직장 동료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과 나눈 통화 녹취 공개


지난 28일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기상캐스터 선배로 추정되는 한 인물은 "안나야, 너 왜 이렇게 잘났어? 너 뭐야? 나 지금 너랑 뭐 하자고 이러고 있는 건데? 태도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면 너의 태도부터가 지금 아니잖아. 야, 너가 여기서 제일 잘 났나"라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기상캐스터 선배로 추정되는 인물은 오요안나에게 "야 이쯤 되면 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 OO한테는 주 초에 얘기했다며? 선배들 일하는 시간이고 나 심지어 메이크업도 안 받고 와서 준비하는 시간인데 생각을 못 했어? 너 진짜 선배한테 개념 없는 게 미안하긴 한 거야? 매번 미안하다고 말하고 계속 그러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너"라고 다그쳤다.

온라인에서는 오요안나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가해자로 추정되는 2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한 유튜브 채널은 가해자로 추정되는 동료 기상캐스터 두 명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요안나의 지인들도 폭로에 나섰다. 지인들은 SNS를 통해 "제 사랑하는 친구가 MBC 기상캐스터 선배들로부터 오랜시간 괴롭힘을 당했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정 가해자가 증거를 은폐할 가능성이 있어 사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께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했다. 가해, 방관자가 처벌받아 제 친구가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지인도 "특정 인물을 심판대에 올리고 이 모든 일이 당신 때문이라며 힐난하고 물어뜯으려는게 아니다. 다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넘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식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 발견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오요안나 씨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유서에 따르면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 씨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가르쳐야 한다'며 퇴근한 고인을 회사로 불러들이거나 퇴근을 막았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MBC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며 고인의 유족 측은 고인의 생전 전화 통화 내용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모아 직장 내에서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KBS는 보도했다.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짙어짐에도 가해자와 회사 측으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유족측, 고인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직장 동료들 상대로 소송 제기


유족 측은 지난 28일 KBS에 “다시 그 시점으로 가서 그 고통을 멈추게 막아주고 싶었다”며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이나 그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는 이날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면서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요안나는 작년 9월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그녀는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고,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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