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탬버린즈와 젠틀몬스터, MLB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패션·뷰티 브랜드와 샤넬 매장만 고객들로 붐볐다. 특히 에르메스, 생로랑, 버버리 등 명품매장이 들어선 8층조차 쇼핑객이 없어 썰렁한 풍경을 자아냈다.
이튿날인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의 화장품 매장 직원들은 "예전에는 이 시간대면 중국인 관광객 등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하는데 확실히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드 때보다 더 심각
30일 업계에 따르면 K면세점들은 국내 시장이 열린 1979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새해 들어 업계 최초로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 것도 위기감을 증명한다.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다이궁은 롯데면세점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의 마지노선보다 높은 수수료율 탓에 그간 수익 악화의 주범으로 지적됐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지방 공항인 하이난 공항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30% 줄었을 정도로 내수가 좋지 않아 중국 내에서 한국 면세점 관련 수요도 줄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면세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들다보니 다이궁 비중을 줄이려는 추세"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 본점의 다이궁 인기 브랜드 직원은 "지난해 12월에는 한 번에 많이 구매하면 1000만원 이상도 구매할 정도로 하루 한 번씩 대량 구매 고객이 있었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에 구조조정도 못해
대형 면세점일수록 업황 부진의 타격이 큰 상황이다. 누적 적자에 시달리던 신세계면세점,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라면세점도 적자폭이 커졌지만 '비용 부담에 희망퇴직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이나 멤버십 강화 등 지난해부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시내 면세점 상황도 우울하다. 지난 24일 찾은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은 쇼핑객이 거의 없어 업황을 체감했다. 이 면세점은 1층짜리 중소 시내 면세점이지만, 광화문의 터줏대감으로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화면세점의 매출액은 2021년 1070억원에서 2023년 374억원까지 주저앉으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한 롯데면세점은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 등 수요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마련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관광 패턴 변화에 맞춰 체험요소를 강화하고, 에르메스 매장에 이어 상반기 럭셔리 빅 브랜드 매장을 열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clean@fnnews.com 이정화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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