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3년만에 무너진 독일 올라프 숄츠 내각…유럽 극우진영 힘 받나

뉴스1

입력 2025.01.30 07:01

수정 2025.01.30 08:29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정권교체가 유력해 보이는 독일 총선이 다음달 23일 치러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유럽 각지에서 우파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득세하면서 중도좌파 성향의 올라프 숄츠 정부가 3년 만에 몰락한 배경과 독일의 총선 전망이 주목받고 있다.

숄츠 총리는 사회민주당(SPD) 정권으로서 16년 만인 2021년 10월 집권해 정권 교체를 이뤘다. 그러나 당시 총선에서 206석을 확보해 의석 과반(368석 이상) 확보에 실패한 SPD는 118석을 확보한 녹색당과 92석을 확보한 자유민주당과의 신호등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결국 경제 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립정권이 붕괴하자 경제적으로 보수적인 자유민주당과 중도좌파 성향의 SPD로 구성된 연립정권은 처음부터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2024년 2년 연속 역성장…실업률·전기요금도 올라

숄츠 총리는 녹색 전환에 많은 투자를 해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 호황과 같은 또 다른 경제 기적을 약속했지만 그의 임기 동안 경제는 오히려 역성장을 거듭했다. 2022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지난해 성장률은 -0.2%로, 2023년(-0.3%)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역성장은 2002~2003년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경기 침체로 인해 정부 재정도 악화하기 시작했다. 2022년 중앙정부의 재정 적자는 1152억 유로(약 174조 원), 2023년에는 948억 유로(약 143조 원)에 달했다.

실업률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독일은 2005년 이후 금융 위기가 있던 2009년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을 제외하면 실업률이 계속 하락해 왔다. 그러나 2022년 5월부터 실업률은 5%에서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6.1%까지 상승했다.

이 가운데 독일의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고 독일 정부의 재정 적자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독일 내에서의 생산을 줄이고 2030년까지 3만 5000개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줄이면서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전기 요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 독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평균 41.6센트로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EU 평균인 28.5센트보다 46% 높았다. 높은 전기요금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자 경제 정책을 둘러싼 연립 정당 사이의 갈등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숄츠 총리는 자유민주당 소속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린드너 전 장관은 숄츠 총리에게 기후 정책 수정, 사회 복지 예산 삭감, 독일 통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특별 '연대세' 폐지 등을 촉구하는 제안서를 작성했다. 이는 숄츠 총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것들이었다.

총선 주요 이슈는 이민·경제…극우 정당 지지율 2위지만 집권 가능성은 거의 없어

이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이 연립정권 붕괴와 조기 총선으로 이어진 만큼 2월 총선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역시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 관련 이슈도 독일 유권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도이칠란트 트렌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유권자들의 37%는 가장 큰 문제로 이민 문제를 골랐다. 실제로 2022년 독일의 '순인구 이동'은 155만 명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았으며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때보다도 많았다.

지난해 8월 독일 서부 도시 졸링겐에서 망명 신청이 거절당한 시리아 출신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독일 정부는 들끓는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다른 국가의 우파 정당과 비슷하게 이민자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며 이민자 추방 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폴리티코가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지난 20일 나타난 중도우파 야당 기독교민주당과 기독교사회당 연합(CDU·CSU 연합)의 지지율은 30%로 가장 높으며, SPD 지지율은 17%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는 CDU·CSU 연합이 제1당이 되어 연립정권을 출범시키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총리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기할 점은 AfD 지지율이 20%로 CDU·CSU 연합에 이어 2위라는 점이다. AfD는 지난 9월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fD에 대해 "유일하게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며 공개 지지를 표명하고 자신이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에서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생중계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독일 법원은 AfD의 청년조직을 '우익 극단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이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또한 CDU·CSU 연합과 SPD 등 대부분 정당이 AfD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AfD가 집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메르츠는 AfD에 대해 "우리는 그들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일을 위한 대안이 아니라 독일의 종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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