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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성료 후 국내 첫 귀국전..韓 진한 향기 전하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30 14:04

수정 2025.01.30 14:0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 전경. 뉴시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 전경.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초여름이나 초가을 녹사평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귀가할 때 가로수가 울창한 내리막길을 달리던 향기."
"새벽 3~4시, 이태원 클럽 모퉁이 근처 식당의 스테인리스 만두 찜기에서 어둡고 짙은 공기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 수증기."

'향'에 관한 우리의 기억과 추억이 '글'과 뭉쳐진 '향'으로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을 채우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 중인 아르코미술관은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인 구정아의 귀국보고전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를 오는 3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및 올해 귀국보고전은 지난 2015년부터 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후원해온 현대자동차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논픽션, 루마 재단, 디네슨, 러쉬코리아, 일진문화재단, 블룸버그, 니콜레타 피오루치재단, 아그네스 비, 바자 아트, 아트허브코펜하겐, 루이지애나 채널, 알바라한 브루다이스, 필라 코리아스, 핑크써머 갤러리, 피케이엠 갤러리가 후원했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지난 7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이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구성과 마찬가지로 구 작가가 참여하고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가 공동 예술감독으로 기획했다. 특히 이번 한국관은 1995년 개관 이래 첫 공동 예술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번 귀국보고전은 1층 전시실에 걸린 약 120개의 출력된 배너들을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배너 안에는 '향'과 관련한 600여 명 각각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앞서 구 작가와 전시팀은 베니스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수집했다. '한국'과 관련했지만 '한국'에 한정하지는 않아서 다국적 외국인과 남한에 정착한 북한 새터민도 추억과 기억을 더한 것이다. 특히 북한 새터민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향'으로 굳어져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전시명 '오도라마'는 '오도'(odor)에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합친 것이다. 후각과 시각을 공감각적 매체로 해, 가시와 비가시의 경계를 탐구하고 두 세계 너머의 열린 가능성을 내포한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였던 2분마다 향을 내뿜는 검은 형상의 우스(OUSSS)는 만날 수 없지만, 대신 한국관 최초로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의 사연들을 일일이 읽어볼 수 있다.

수많은 '향'과 관련한 추억과 기억은 2층 전시실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다. 작가와 전시팀은 수집한 이야기를 토대로 조향한 17개의 서로 다른 향기를 뫼비우스 링에 담아 공중에 매달았다.

오도라마 시티 향을 포함해 △도시 향기 △밤 공기 △사람 향기 △서울 향기 △짠내 △함박꽃 향기 △햇빛 냄새 △안개 △나무 냄새 △장독대 △밥 냄새 △장작 냄새 △조부모님댁 냄새 △수산시장 △공중목욕탕 △오래된 전자제품까지 모두 다른 향은 어울리며 제각기 냄새를 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에 향기가 나는 조형물이 걸려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구정아-오도라마 시티'의 귀국 보고전에 향기가 나는 조형물이 걸려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은 "분자 형태인 '향'은 통제할 수 없고 경계도 없다"며 "그래서 섞이면서도 섞이지 않고 제각각의 냄새를 지닌다. 마치 모든 곳에서 살고 일하는 작가와 같다"고 평했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우스와 벤치 등 조각적 요소가 포함된 비엔날레 전시와 달리, 서사와 후각의 비물질적 요소로 구성된 귀국전은 또 다른 감각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날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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