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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뒤로 지나가라" 몇 초 후 '꽝'…美여객기·헬기 비극의 순간

뉴스1

입력 2025.01.30 18:00

수정 2025.01.31 07:25

미국 로널드 레이건 공항 활주로(미국 NBC뉴스 웹사이트 갈무리)
미국 로널드 레이건 공항 활주로(미국 NBC뉴스 웹사이트 갈무리)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워싱턴 DC 레이건 공항 관제사는 헬기 조종사에게 여객기의 기종인 CRJ700을 언급하며 "여객기가 보이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헬기 조종사가 "보인다"라고 답했고 관제사는 "항공기(가 간) 뒤에 통과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초 후 오디오에는 추락 순간 관제탑에서 들리는 것으로 보이는 큰 "우우" 소리와 헐떡이는 소리만 포착되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 상공에서 64명이 탄 여객기와 3명이 탄 군용 헬기가 충돌한 뒤 강으로 추락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CNN이 입수한 관제탑과 헬기와의 교신에서는 항공기 뒤를 통과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헬기는 항공기로 곧바로 날아갔다.
시야가 맑은 상태인데 막 착륙하려던 여객기를 군용 헬기가 다가와 충돌한 이번 사고는 기체 결함이나 악천후 등이 원인으로 보이지 않아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날 오후 8시53분쯤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아메리칸항공 자회사 PSA의 CRJ700 기종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미 육군 시코르스키 H-60(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해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여객기 64명, 헬기 3명 등 탑승자 67명 중 생존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최소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원인에 대해 미연방항공청(FAA)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사에 착수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X에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이 조사가 즉시 시작됐다"면서 "절대적으로 비극적이다. 수색 및 구조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레이건 공항은 지난해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2번이나 있어 FAA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한 대는 이륙 허가를 받았고 다른 한 대는 교차 활주로에 착륙 허가를 받았는데 활주로에서 서로를 가까스로 피하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이다. 앞서 4월에도 지상에 있던 두 대의 비행기가 서로 충돌할 뻔했다. 이 두 사고에서는 충돌이 발생하지 않아 부상자도 없었다.

이처럼 사고가 잦은 배경에는 레이건 공항의 주 활주로가 번잡하기로 악명이 높았던 데 있었다. 지역 항공 당국에 따르면 레이건 공항의 주 활주로는 하루에도 800번 이상의 이착륙이 일어나는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활주로'라는 평판을 받고 있다. 이 공항 비행의 90%가 이 주 활주로에서 이뤄진다.

항공 당국에 따르면 그런 이유로 공항에 이착륙을 위한 통로가 제한되어 있었고 조종사들은 안전을 유지할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보통 정기 평가에서 레이건 공항을 가장 이착륙이 어려운 공항이라고 평가하곤 했다.

이날 사고가 난 항공기는 레이건 공항에 상륙하기 위해 주 활주로가 아닌 그보다 길이가 짧은 활주로인 33번 활주로에 남쪽으로부터 접근하고 있었다. 공중에서 비행기와 헬기가 충돌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때 뒤에서 헬리콥터가 다가오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고가 "방지될 수 있었던 사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여객기는 공항으로 향하는 완벽하고 일상적인 접근 경로에 있었다. 헬리콥터는 오랫동안 여객기를 향해 직진 비행 중이었다"고 썼다.

이어 "맑은 밤이었고 여객기 불빛도 있었는데 왜 헬기가 고도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선회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보통 블랙호크 헬기에는 상업용 여객기와 같은 경고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큰 제트기보다 훨씬 우수한 파노라마적 가시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X 사용자는 항공 교통 관제 오디오를 인용하여 여객기는 착륙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여객기 쪽의 과실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누리꾼들은 오디오에서 관제탑은 헬기 조종사에게 여객기가 보이냐고 물었고 조종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15초 후에 충돌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안개가 자욱하거나 눈이 많이 내리거나 폭풍우가 몰아쳤다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가장 발전한 군용 헬기 중 하나가 날도 맑은 데 비행기에 직접 충돌하냐"며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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