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략' 엔비디아 주가 급락
SK·삼성, 반도체 공급 타격 우려
"AI반도체 시장 확대로 한국 기회"
"中 반도체 자립도 확대로 부정적"
SK·삼성, 반도체 공급 타격 우려
"AI반도체 시장 확대로 한국 기회"
"中 반도체 자립도 확대로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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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저가형 반도체'로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구현한 딥시크로 미국 AI 업계를 가격하면서 미국 중심의 AI 반도체 전략을 짜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책 마련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양사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두 회사의 주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AI 패권전쟁이 격화되면서 위기와 기회가 상존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AI시장의 성장으로 사업기회가 확대될 수 있으나 중국의 반도체굴기, 반도체 자립도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임원 및 일부 직원들은 설 연휴 기간에도 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촉발한 중국발 AI 및 AI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며 딥시크가 주장하는 저성능 반도체 탑재 여부, 향후 시장 대응 등을 면밀히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가 정말 저가형 반도체를 탑재했는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의 시장 상황을 신중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 딥시크'에 격변… SK·삼성, HBM 올인전략 바꾸나 [中 AI '딥시크 충격파']](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1/30/202501301820140848_l.jpg)
■엔비디아 타격→삼성전자·하이닉스 연쇄 타격
딥시크는 등장과 함께 엔비디아 주가를 가격했다.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구형의 H800 칩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에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도 변수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저사양의 반도체만으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구축했다는 사실에 놀라 H20칩을 포함한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 검토에 돌입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실적(대중 수출은 전체 매출의 10%)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에 고가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도 향후 1~2년에 걸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사실상 독점적으로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HBM3 공급에 이어 HBM3E 공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딥시크 충격으로 인해 그만큼 AI 소프트웨어 산업은 '적은 투자'를 하고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고비용 중심인 엔비디아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는 지난해 말 대형언어모델(LLM) 'V3'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을 출시했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챗GPT 등과 비슷한 성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쳤다는 소식에 미국 정부와 빅테크는 충격 그 자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3.07%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6% 떨어졌다. AI 칩의 선도적 공급업체인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6. 97% 폭락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고가형 HBM 올인전략 수정 가능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시적 매출 감소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엔비디아의 시장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칩셋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AI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딥시크가 촉발하는 저비용 구조의 AI 모델이 확대되면 AI 생태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오픈AI가 촉발한 AI 산업을 딥시크 등 중국 업체들이 더 키우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며, 결국 HBM이 필요하고 HBM을 만들 수 있는 삼성,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민감한 메모리 산업 특성상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중국 AI 반도체 업체의 성장 속도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망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가속을 낼 것이란 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사양·고가의 반도체 전략에 올인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저가용 시장으로 전선을 넓혀 나갈지, 고사양 시장으로 직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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