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은빈 유수연 기자 = 텔레그램이 한국 경찰 수사에 처음으로 협조하면서 앞으로 디지털 범죄 수사와 예방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그간 자료 제공에 비협조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움직임이지만 제공하는 정보의 범위가 제한적이란 아쉬움도 나온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공식 봇채널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한국 수사당국에 제공한 정보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텔레그램은 지난해 이용약관을 위반한 한국 이용자 658명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9월 24일 한국 수사당국에 처음으로 범죄 관련 자료를 제공했고 경찰은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범행을 저지른 이른바 '자경단' 일당 54명을 17일 검거했다. 텔레그램으로부터 자료를 회신받아 수사한 첫 사례다.
이를 계기로 텔레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경찰과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해 범죄 관련 정보를 공식적으로 회신하고 있다. 경찰청과 회의에서는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하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는 지난해 8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이후 급물살을 탔다.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텔레그램이 프랑스 정부에 넘긴 정보는 총 883건이다. 상반기 데이터 제공 건수 10건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이후 텔레그램은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정책 등을 개정해 정보 제공 대상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북미·유럽 지역의 일부 국가에만 정보를 제공했다.
그간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텔레그램이 국내 제도권에 편입된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다만 현재 플랫폼 규제의 한계와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정보의 한정된 범위는 아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텔레그램의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제공하는 정보는 가입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뿐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2월까지 텔레그램이 유럽연합(EU)에서 확보한 사용자는 4100만 명으로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적용 기준인 4500만 명보다 적다"며 "텔레그램이 빅테크로 분류되지 않아 여전히 엄격한 투명성과 콘텐츠 검토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텔레그램이 한국 경찰 수사에 최초로 협조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제공하는 자료의 범위가 제한적이므로 이를 확대하도록 정부 당국과 회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이 요청할 경우 이용자의 로그 기록 등 폭넓은 자료를 제공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딥페이크 음란물 같은 범죄물을 자동 탐지·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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