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통제냐 억제냐? 외교와 국방의 미사일 딜레마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1 06:00

수정 2025.02.01 20:09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각 국 생존과 평화·안정 달성, 국방·외교력의 상징 '억제력 강화' 위한 미사일 
 -국제사회에선 미사일 확산은 평화·안정 위협 우려, CBM 통제 대상인 딜레마 
 -국제 미사일 통제 플랫폼, 미사일 수요자를 규율하는 '헤이그행동규범((HCoC)' 
 -공급자 수출 통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로 상호보완 작용·역할해와 
 -외교 플랫폼에선 미사일 확산 우려, 국방에선 자국의 미사일 개발 가속화 필요 
 -북핵 위협 현실화된 한국, 미사일 성격 규정, 딜레마 해소 위한 치밀한 전략 필요 
 -한국, 북한의 위협에 ‘생존’ 위한 처방...외교 플랫폼서 북핵·러북 거래 지속 규탄 
 -유엔 약화 속 대체 플랫폼 기능·역할 여건 조성 G7, G20, NATO-IP4 등서 의제화 
 -HCoC 신뢰구축과 억제력 사이 균형화... 북핵위협 상쇄 위해 韓 미사일 능력 확장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 강화...지역억제 개념설계 도입 등 외교·국방 연계 시급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서 국가는 국방력 강화를 통해 억제력을 높여야 하고 미사일도 이런 차원에서 필요하다. 한편 행위자를 국제로 옮기면 충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국제사회는 글로벌 차원의 평화와 안정을 목표로 다양한 외교를 진행한다. 국제행위자 입장에서는 평화와 안정 달성을 위해서 미사일 확산은 불안한 일이다.

이는 미묘한 긴장을 유발한다. 국가행위자는 미사일 개발에 관심이 많고, 국제행위자는 미사일 통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마찰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자는 미사일을 포함한 상대방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는 억제력을 강조하지만, 후자는 미사일로 인한 우발적 군사 충돌을 차단하기 위해 신뢰구축조치(CBM)를 강조하는 엇박자를 만들어낸다. 즉 외교와 국방이 각자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딜레마에 직면하는 것이다. 외교 무대에서 미사일 확산 우려를 강조하면 국방 차원의 미사일 강화가 위축되고, 국방의 미사일 강화를 강조하면 미사일 통제 노력에 동기화되지 않아 외교적 위축 가능성이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사일 딜레마’다.

미사일 통제를 위해 국제사회가 가동시키는 외교 플랫폼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탄도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한 헤이그행동규범(HCoC: Hague Code of Conduct against Ballistic Missile Proliferation)’이 있다. 2002년 채택된 HCoC는 현재 14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규범으로 2025년 1월 22일과 23일, 프랑스전략연구재단(FRS)은 필리핀 외교부와 함께 지역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도전받는 국제질서 속에서도 기능이 나름 유지되고 있다. 한국도 회원국으로서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 사전통보 등을 준수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신뢰구축조치의 일환으로 HCoC 관계자를 나로우주센터로 초대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1987년 설립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로 G-7으로 시작했으나 2001년 한국도 가입하는 등 확장하여 현재는 35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미사일을 두 가지-카테고리 1, II-로 나누어 미사일 이전을 통제하는 레짐으로 가동하고 있다. HCoC는 미사일 수요자를 규율하는 차원이고, MTCR는 공급자의 수출을 통제한다는 차이점 있어 결과적으로 상호보완적 작용을 통해 미사일 확산을 막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 플랫폼이 정당한 미사일 개발까지 막는 것은 아니지만 이 외교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미사일 자체를 안보 위해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안보 플랫폼은 미사일을 군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처방으로 인식한다.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진영 국가들이 국제질서를 변경하기 위해 미사일과 핵탄두를 결합하여 핵강압을 가하는 상황에서 미사일은 억제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적국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방어미사일로 요격하여 목표 달성에 이루지 못하도록 조성하거나 미사일 발사시 막대한 응징이 뒤따를 것이라는 신호를 제공하기 위해서 탄도미사일과 같은 공격미사일을 확보하는 것은 억제력 제공을 위한 처방이다.

외교 플랫폼에서는 미사일 확산을 우려하지만, 국방 플랫폼에서는 자국의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 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에는 일종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북핵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이 딜레마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안보와 외교를 모두 챙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미사일 성격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미사일 역학의 정체와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것은 한국이 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국제규칙을 위반하며 핵강압을 통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확장’의 의도가 있지만, 한국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 ‘생존’을 위한 처방이다. 연쇄 논리구조에서 시작점이 다르고 그 의도도 본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불법성을 규탄하고 공조하는 노력이 없다면 이러한 차이가 희석되면서 이중잣대의 함정에 갇힐 수 있다. 양자든 다자든 다양한 외교 플랫폼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러북 전략거래를 지속적으로 규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둘째, 유엔의 기능이 약화되어 규칙기반 질서가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규칙과 규범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각인되도록 과도기 기간에 대체 플랫폼이 그 기능을 갖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야가 한다. G7, G20, NATO-IP4 등 다양한 플랫폼이 그 역할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이나마 대체적 역할에 나서는 것도 의제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에 출범 50주년을 맞는 시기에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G7 플러스”를 본격화하는 것도 대체 플랫폼 조성에 있어서 단초가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이 ‘G7 플러스’의 공식 회원국이 되는 노력에 있어서도 중요한 모멘텀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구축조치’와 ‘억제’ 간 절묘한 절충이 필요하다. HCoC는 미사일, 우주발사체 신뢰구축조치가 그 핵심기능이지만, 억제력 제고를 양보하는 방식의 신뢰구축조치는 국제안보와 지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균형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사일 신뢰구축조치 강화의 일환으로 한국 우주항공청도 HCoC 플랫폼에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와 동시에 북핵 위협 상쇄를 위해 미사일 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의 강도와 템포를 높이는 조치도 필요하다. 나아가 국제적, 지역적 신뢰구축조치와 유사하게 개별국가 위주의 억제 개념을 뛰어넘어 지역억제 개념 설계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사일 딜레마는 외교와 국방이 고강도로 연계되도록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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