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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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불황형 슈퍼마켓의 각축지인 일본에서 '초저가'를 내세운 '업무슈퍼(業務スーパー·교무슈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0년 효고현에서 첫 점포를 연 업무슈퍼는 당초 식당 등 외식업체를 위한 소매체인으로 출발했으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장사 범위를 확장하며 현재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초저가를 내세운 슈퍼마켓 등이 등장했었지만 업무슈퍼처럼 성공한 사례는 없어 눈길을 끈다.
1일 일본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업무슈퍼는 가격 경쟁력과 자체브랜드 상품을 통한 유통 효율화, 프랜차이즈 모델을 활용한 사업 확장으로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무슈퍼의 창업자는 1954년 생인 누타마 쇼지로 1981년 슈퍼마켓 '프레시 이시모리'를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업무슈퍼는 초저가 상품 공급을 위해 박스를 그대로 매장에 진열하고, 부실한 식품 기업을 인수해 자체브랜드 상품을 만드는 전략으로 사세를 키워갔다. 2011년 일본 전역에 400개 점포에서 2017년 800개, 2023년 1051개 점포로 확대했다. 올해 3·4분기 기준 점포수는1077개다. 운영사인 고베물산의 순이익도 2023년 11월~2023년 4월까지 전년대비 36% 증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실제로 업무슈퍼의 대표 제품인 냉동 사누키 우동은 5개에 169엔으로 일본의 편의점인 로손, 세븐일레븐 등이 1개에 100~150엔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저렴하다. 소포장한 냉동 파프리카 등 야채, 냉동 햄이나 고기 및 튀김 등도 편의점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하다. 제품별로 다르지만 도심에 있는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저렴한 상품이 많다.
비결은 국내 및 자사 공장과 해외 45개국에서 독자 상품을 개발하거나, 직접 수입해 유통 마진을 없앤 덕분이다. 냉동식품 등에 선택과 집중으로 가격을 낮췄다. 가맹점 로열티 역시 구매 금액의 1%로 낮아 폐점률도 지난 2~3년간 한 자리 숫자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차원에서는 현지 경쟁사 대비 원가 비율이 높아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판매관리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앞서 한국에서도 업무슈퍼의 사업 모델과 유사한 초저가 소매채널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림 그룹 계열 NS홈쇼핑은 지난 2006년 '700마켓'을 오픈했다. 독일의 초저가형 점포인 '알디'를 본딴 초저가 매장이었다. 700마켓은 마케팅 및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하고 취급 제품을 700개로 한정해 대형마트 보다 싼 가격에 공급했지만 구색 상품의 한계로 2010년 일반 슈퍼마켓인 'NS마트'로 변경됐다. 이후 2012년 이마트가 NS마트를 인수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롯데슈퍼도 2009년 국내 최초 균일가 신선식품 매장 '마켓999'를 서울 신촌에 오픈했다. 생활용품 중심 균일가 샵인 다이소의 사업 모델을 신선식품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대부분 식품을 990원, 1990원, 2990원 등 저렴하게 판매했다. 한때 직영 및 가맹점 수가 100개를 넘었던 마켓999는 경영전략의 변화로 사라졌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점포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 사업을 하며 '마켓999' 상호를 버리고 '프레시앤델리'로 점포 명과 콘셉트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소매유통 채널은 창고형 할인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으로 새분화됐고, 경쟁도 치열해 업무슈퍼 같은 새로운 업체의 등장은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 채널별로 3~4개 회사가 과점을 형성했고, 최근 편의점 등도 PB 상품 강화를 통해 가격 경쟁에도 뛰어들고 있어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가격만큼 쇼핑의 편리성과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 편"이라며 "예를 들어 콜라, 사이다를 PB 상품으로 잘 만들어도 기존 칠성사이다, 코카콜라를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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