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장관, 외신 인터뷰서 전해

지난달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공중 충돌한 육군 헬리콥터가 비상사태를 가정한 정부 고위 인사 대피 비밀 훈련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전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헬리콥터가 '정부 연속성'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기밀 사항은 말할 수 없다"며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정부 연속성 훈련은 다양한 위기로 워싱턴DC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를 대비해 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을 다른 장소로 대피시키는 가상 훈련이다. 대피할 인물, 장소 등 상세한 내용은 모두 비밀이다.
훈련은 워싱턴DC 남쪽 약 25㎞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주 포트벨부아 소재 데이비슨 육군 비행장에서 출발, 복귀하는 일정으로 계획됐다. 미국 육군 발표에 따르면 사고 헬리콥터의 기종은 'UH-60 블랙호크'로 미국 육군항공대 제12항공대대 소속이었다.
육군은 탑승 군인 3명 중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각각 메릴랜드주 그레이트밀스에 사는 39세 앤드루 이브스 준위(CW2), 조지아주 릴번에 거주하는 28세 라이언 오하라 하사다.
나머지 탑승자 1명은 유족 요청으로 신원이 비공개된 상태다.
업계는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달 30일 "헬리콥터 탑승자 중 젊은 대위가 있었다"고 밝힌 것에 따라 제3의 탑승자는 '젊은 대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정비사인 오하라 하사로 추정되는 유해는 발견됐다.
헬기가 사고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여객기 근접 경고를 받았으나, 다른 비행기와 혼동해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나타났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사고 전후 교신내용 녹음을 전문가들에게 들려준 결과 헬리콥터 측이 관제탑으로부터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근접했다는 경고를 2차례에 걸쳐 받았고, 모두 '안전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충돌 시점은 관제탑으로부터 첫번째 경고를 받은지 2분 후, 두번째 경고를 받은지 12초 후다.
한편, 이 사고는 지난 1월 29일 오후 8시53분께 발생했다. 당시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의 소형 여객기가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미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와 부딪혔고 인근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사고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다. 미국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12시간 이상 경과한 후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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