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국립한글박물관이 주말 아침에 벌어진 화재에도 소장품 8만 9000여 점의 피해가 전무할 수 있었던 까닭은 신속한 초기 대응과 개관 이후 지속 보완한 화재대응 매뉴얼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증축 공사중인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지하 1층~지상 4층)은 1일 오전 8시 40분쯤 3·4층에 사이의 철제계단 절단 과정에서 용접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전시실이 있는 3층과 4층을 전소시킨 화재는 낮 12시 31분 초기 진압을 완료했고, 오후 3시 22분 완전히 진화했다.
화재 당시 박물관에는 월인석보와 정조의 한글 편지 등 국가지정문화유산급 유물 26건 257점을 비롯해 8만 9000여 점의 유물을 1층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었으나 단 1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는 국립한글박물관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장 돋보였다.
화재 신고와 보고는 주말 아침에 출근한 박물관 당직자를 통해 이뤄졌다. 비상연락망이 가동돼 강정원 박물관장 이하 전 직원 45명은 이날 오전 10시 3분에 출근을 완료했다.
박물관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소방당국과의 첫번째 상황대책회의에서 국가지정문화유산급 유물 26건 257점을 1층 수장고에서 우선적으로 꺼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소강상태인 화재 진압 상황과 수장고의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수장고는 화재를 감지하면 소화약재인 하론가스를 자동분사해 산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 만일의 경우 화재가 1층까지 번지면 더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 안승섭 기획운영과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수장고 방화벽이 철저하지만 1차 상황대책회의에서 만약을 대비해 큰불이 소강상태일 때 중요 유물만 빼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급기관인 문체부 관계자들도 조속히 박물관으로 도착해 소방 당국의 화재 진화에 최대한 협조했다. 특히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해 주요 소장품을 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옮기는 과정 등을 직접 챙겼다.
유인촌 장관은 초기 진압 직후에 이뤄진 언론 브리핑에서 "월인석보, 정조의 한글 편지 등 중요한 유물들이 많은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안전하게 피신시켰다"며 "제가 가서 안전 유무를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글박물관이 자체 작성한 화재 대응매뉴얼도 이번 화재에서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한 주역이었다.
김희수 전시과장은 이날 오후 9시께 뉴스1과의 통화에서 "2014년 개관한 이후 화재 대응 매뉴얼을 지속 보완해왔다"며 "매뉴얼에 따라 상황별로 신속하게 대응해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현재 과장 이하 담당 직원들이 수장고 안팎에서 매뉴얼에 따라 유물의 보전 상태를 파악하고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올해 10월까지 '교육 공간 조성 및 증축'을 위한 공사를 위해 휴관 중이었다. 한글문화 체험 교육 참여자가 증가하고, 직원 수도 늘어나면서 교육·업무공간과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증축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인 국립한글박물관은 2000년대 이후 한글을 강조한 '한글문화관' 형태로 건립이 추진됐다. 추진 과정에서 박물관으로 주제가 변경되면서 2014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인근에 지금의 모습으로 개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문체부 산하 모든 다중문화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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