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의 단체대화방 내용이 공개됐다.
지난달 3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유족측은 고인의 MBC 기상캐스터 선배 4명이 나눈 메시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단톡방에는 고인과 고인의 동기를 제외한 선배 기상캐스터들과 스태프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 측은 오요안나씨가 예능 프로그램 MBC ‘유퀴즈’에 출연한 후 질시를 받는 대상으로 바뀌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단톡방에는 오요안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대화가 담겼다.
A씨는 "정말 미친X이다, 몸에서 냄새난다" "연진이('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가해자 캐릭터)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한다" 등의 험담을 이어갔다.
이밖에도 “자기애가 강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말도 안 듣고 도대체 싸가지 없다”, “후배라고 취급하지 말자”, “아침 방송 하는데 술 냄새 난다”, “쌍으로 미쳤다” 등 험악한 말이 오갔다.
유족에 따르면 오요안나씨는 사망하기 이전에도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유족측은 "(오요안나)가 사망 전 두 번 극단적 시도를 했다"면서 "지난해 9월 6일 처음 시도했고 그 이후 한 번 더 시도했다. 결국 9월 15일 사망했다"고 했다.
이어 "처음으로 극단 선택을 했던 때 새벽 2시에 전화가 왔다. 가양대교에서 뛰어내리려 해서 경찰이 보호 중이라고 했다"며 "왜 그랬냐고 물으니 '직장이 힘들다, 등뼈가 부러질 것같이 아프고 창자가 다 끊어질 것처럼 사는 것이 고통스러워 편안해지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사내 부고도 안 올려서 MBC에 항의하니 ‘고위급 인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답변했다”며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것 같다.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고 사과 받을 것”이라고 했다.
MBC는 지난달 28일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들에게 고충을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비판 받았다.
결국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MBC는 "오요안나 씨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라며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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