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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조각이 물에 떠 있는 듯 너무나 아름다운 빙하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07 07:22

수정 2025.02.07 07:22

<49> 아이슬란드
이름과 같은 풍경의 아이슬란드. 사진=김태원(tan)
이름과 같은 풍경의 아이슬란드. 사진=김태원(tan)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탄의 친구 수운씨네가 아이슬란드여행에 대한 '뽐뿌질'을 하고 스페인 여행을 가버린 후 우리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알아보았다.

아이슬란드 여행 첫날 하필 감기가 걸려서 아픈 상태에서 다녔는데도 너무 좋았다고 하니 대체 얼마나 좋은 곳인가 궁금했다.

다른 분들의 여행기며 풍경 사진들을 보니 과연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보지 못할 장엄한 자연에 우리도 매료되었다. 그리고 독일에서 가면 3시간 반 거리인데 한국에서 간다면 최소 19시간. 왕복으로 2~3일을 까먹고 시차적응까지 해야한다. 비행기 값도 말도 안되게 차이가 난다.

이번이 아니면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짧게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노르웨이 트롬쇠에 가서 오로라를 찍겠다고 오로라 촬영용 카메라를 여행내내 가지고 다녔는데 현재 여행 루트상 북유럽은 못갈듯 하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이슬란드를 갈 생각이 없다면 몰라도 죽기 전 꼭 한번 가봐야겠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아이슬란드의 크기는 한국과 비슷하다.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의 크기는 한국과 비슷하다. 사진=김태원(tan)

며칠 후 친구부부가 돌아왔다. 우리는 아이슬란드에 갔다오겠다며 몇가지 짐과 까브리를 부탁했다. 며사이에 과감한 결정을 한 우리를 친구는 재미있어하며 기꺼이 여러가지를 도와주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 관한 여러가지 팁이며 공항까지 가는 법 등 자세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유숙씨는 아이슬란드 물가가 어마어마하다며 돈 아끼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저렴한 독일 마트에서 도시락 싸기 좋은 햄이며 치즈 등을 잔뜩 사가지고 가라는 꿀팁을 주어 그대로 따랐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 갔다. 5번 플랫폼에서 이체(ICE)를 타고 1시간 15분을 가서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내려야 한다. 대학시절 배낭여행때 이후 처음인 독일 열차는 매우 깨끗하고 시설이 좋았다. 캐리어를 둘 짐칸도 입구쪽에 따로 마련되어있다. 열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아이슬란드의 물가가 높기로 유명하다. 독일에서 미리미리 장을 보자.

우리가 탑승한 칸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쾌적하니 좋다며 앉아있었는데 검표원이 오더니 표를 보여달라고 한다. 당당하게 표를 내밀었는데 티켓의 QR코드를 찍어보더니 너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 식당칸을 지나 2등칸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다.

독일어도 모르고 초행길이라 벌어진 해프닝.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서둘러 탄이를 재촉해 짐을 챙겨서 2등칸으로 왔다. 과연 2등칸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시설도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우리가 이동해서 겨우 빈자리를 찾아 앉은 후 바로 다음 역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타서 통로에 서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좌석지정을 하려면 추가요금이 있어서 그냥 표를 끊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다행히 큰 어려움없이 앉아서 잘 가다가 다음역이 공항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짐을 잘 챙겨 내렸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왔다. 까브리로 다닐 때는 국경 넘을 때만 좀 힘들었는데 대중교통으로 다니다보니 매 순간이 챌린지이다. 비행기도 좌석지정을 하면 돈이 꽤 추가가 되어서 일단 티켓팅할때 부탁하자 했는데 내 자리는 9D. 탄이는 30번으로 좌석이 뒤쪽에 멀리 떨어져있다. 일단 타고 옆자리 사람에게 부탁해보자 했는데 옆자리에 사람이 안탄다. 탄이한테 가서 내 옆으로 오라고 하니 몇시간 정도니 그냥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창밖을 보니 동글동글 조각구름들이 예쁘게 떠있고 그 사이로 아래에 독일이 보인다. 짙은 코발트블루의 북대서양 바다를 건너 아이슬란드 상공에 들어서자 남극에 온 게 아닌가 싶은 새하얀 지형이 넓게 펼쳐졌다.

동글동글 구름이 예쁜 독일 상공. 사진=김태원(tan)
동글동글 구름이 예쁜 독일 상공. 사진=김태원(tan)

케플라비크 공항에 가까워오자 하얀 눈 쌓인 땅이 사라지고 흙색과 녹색지대가 되었다. 저기 낮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곳이 수도 레이캬비크인가보다. 그곳 말고는 거의 다 사람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땅인 것 같았다.

솜씨 좋은 기장님의 부드러운 랜딩으로 무사히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공항은 섬의 남서쪽, 8시방향에 있다. 아이슬란드에 들어가면 뭐든지 다 비싸다고 해서 면세점에서 꼭 맥주를 사라는 충고를 들었었는데 500ml캔이 개당 3000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 6캔으로 일주일 버틸 수 있겠지. 내리는 곳에 면세점이 있어 다행이다.

공항을 나오며 평소처럼 여권이며 이것저것을 챙겨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잡지 않고 수화물 검사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빠져나와버렸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왔는데 여권검사를 안하는 상황이 영 이상하고 너무 익숙치가 않았는데 알고보니 아이슬란드는 EU가입국은 아니지만 쉥겐조약 협약국으로 유럽연합 회원국과의 이동이 간편하다고 한다.

입국 후 나와서 다음 미션은 예약한 렌터카 찾기. 이집트에서 호되게 렌터카 수령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서 걱정이 되었는데 함께 나온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렌터카직원을 따라 간 후 우리만 남을때까지 우리가 예약한 회사 직원이 안와서 걱정이 점점 커져갔다.

불안해서 이리저리 물어보고 알아보니 30분마다 푯말을 든 사람이 온다고 해서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우리가 예약한 회사의 푯말을 든 사람이 등장했다. 늦게라도 나타난 직원이 너무 반가웠다. 그를 따라 셔틀카를 타고 얼마간 이동해서 사무실에 가서 몇가지 서류에 사인을 하고 렌터카를 빌릴 수 있었다.

여행기간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4륜 구동 지프. 사진=김태원(tan)
여행기간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4륜 구동 지프. 사진=김태원(tan)

사륜구동 지프 중에 가장 저렴한 모델을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12일간의 렌트비가 백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차는 이곳저곳 긁힌곳이 많고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직원과 함께 이미 있는 차량의 흠집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기록해두었다. 약 5만5000km 정도 뛴 차량이다. 차량을 잘 수령하고 공항에서 7분거리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바로 왔다. 레이캬비크 시내의 숙소는 가격이 후덜덜해서 공항근처로 잡은 것인데 그러길 잘했다.

사실 아이슬란드에 도착을 해서 다시 탄을 만났을 때부터 탄의 얼굴이 심상치가 않았다. 공항에서 감기에 옮았는지 낯빛이 매우 안좋았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맥을 못추는 탄이는 침대에가서 바로 누웠고 나는 혼자 짐을 챙기고 뒤져서 일단 가져온 재료로 저녁을 마련했다.

친구네도 아이슬란드에 오자마자 감기몸살에 힘들었다고 했었는데 이게 웬 같은 운명이란 말인가. 탄이 상태가 안좋으니 모든 것을 내가 챙겨야 하는 것이 무척 버거웠다. 다음날 아침에도 탄이는 나을 기색이 없었지만 겨우 운전을 해서 반시계방향으로 아이슬란드를 도는 원래 계획대로 남쪽으로 이동을 했다.

주변 풍경은 너무도 색다르고 멋있는데 옆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탄이 걱정에 즐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틀, 삼일이 지나자 물론 아픈 사람이 더 힘들었겠지만 몇일을 간호하고 숙소찾고 예약하는 것이며 식사준비며 내가 다 알아서 하다보니 너무 힘들고 즐겁지가 않아서 괜히 왔나싶고 큰 돈을 쓰며 왔는데 여행하는 것 같지도 않아 마음이 무척 속상했다. 다행히 삼사일이 지나자 탄이 조금씩 건강을 되찾았고 겨우 아이슬란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모든 곳이 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길 옆이 모두 기막힌 풍경... 명소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여행안내 사이트에 나온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길을 가다가 옆을 보기만 하면 기가막힌 폭포가 보이고 빙하가 보이고 눈 쌓인 해안절벽과 그 어디서도 본적 없는 기기묘묘한 풍경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간 4월은 성수기는 아니라서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는데 정말 아이슬란드는 겨울에는 쉽게 오로라를 볼 수 있어 좋고 봄에는 눈 쌓인 풍경과 초록초록 언덕을 함께 볼 수 있어 좋고 여름에는 섬의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어서 좋고(겨울에는 얼어서 통행금지인 구역이 많다) 가을에는 또 가을이라 좋아, 모든 계절에 다 와봐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도로를 달리다가 다른 차들이 서있는 곳이 보이면 무조건 서면 좋다. 틀림없이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인 것이다. 남들 따라서 차를 세워 좋은 곳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웅장한 폭포며, 거뭇한 색의 언덕과 냇물들이 마치 다른 별에 와있는 듯한 느낌까지 주었다. 아름다운 암석이 우뚝선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이세상 풍경이 아닌 듯 하다.

아이슬란드는 빙하도 눈도 폭포도 많다.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는 빙하도 눈도 폭포도 많다. 사진=김태원(tan)

아이슬란드의 면적은 남한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40만명이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10분의 1만 여기로 이주해서 살면 서로 좋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넓고 아름다운 땅에 인구밀도도 낮으니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축복받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서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돌아다녔다. 숙소는 항상 제일 저렴한, 공동주방과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박에 10만원가량 했다. 숙소의 공동주방에서 최대한 아침과 저녁을 해먹고 아침에 출발 전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다가 먹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 외에는 레스토랑 찾기도 힘들고, 있다해도 어마무시하게 비싸서 사먹는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해서 오전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비바람이 불다가 오후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저녁에는 눈이 내리는 등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루 한번은 햇빛이 나는 경우가 많아 날이 흐리다고 실망할 것은 없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왜 이리 낯설고 이국적인가 했더니 나무가 보이질 않는다. 섬 전체에 나무가 있는 곳이 매우 드물다고 한다. 검은 화산흙과 이끼같은 초록식물들이 깔린 모습이 너무나도 이채롭다.

계곡에 거대한 빙하가 있는 숄헤이마요쿨을 찾아왔다. 아이슬란드 지명은 꽤나 어려워 기억은 커녕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빙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길옆에 빙하에서 흘러나온 유빙들이 강위에 떠있는것이 마치 대리석 조각들이 물에 떠있는 것같은 무척 신기한 풍경이었다. 강 끝에 거대한 빙하가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 둘다 빙하를 이렇게 가까이서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도보 길끝에는 사진과 안내문이 있었다. 25년전에는 저 멀리까지 빙하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한참을 더 걸어들어와야 빙하를 만날 수 있다. 엄청 많이 줄어든 것이 확연히 보였다.

안내판의 사진을 통해 빙하가 많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빙하를 보지만 다음 세대는 여기서 아예 빙하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구의 기후가 점점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에 다시한번 경각심이 들었다. 다시 한참을 달려 해안절벽의 전망대에 방문했다.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끝없이 길게 뻗은 시꺼먼 해변에 새하얀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저세상 풍경이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지에 수묵화를 그리듯이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의 색이 신비할 정도로 아름다왔다.

주상절리가 유명한 검은 해변도 찾아갔다. 주차장에서 몇걸음 걷지도 않아 바로 까만 모래가 깔린 해변이 나오고 그 바로 옆에 높은 기둥이 쭉쭉 서 있는 듯한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동굴이 보였다. 홀린 듯 동굴로 발길을 옮겼다. 동굴은 깊지는 않았지만 동굴주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주상절리 지형이 너무나도 장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파도가 사람들을 삼킬듯이 거세게 밀려와서 안전 요원들이 바다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연신 주의를 주고 있었다. 해변의 검은 모래는 생각보다 매우 고왔다. 이동중에도 길옆의 풍경은 눈을 뗄 수가 없다. 화산활동과 세월이 만들어낸 녹색 이불을 뒤집어쓴 양떼같은 바위벌판이 다른 행성에 온것같은 기분을 준다.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만난 얼음. 사진=김태원(tan)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만난 얼음. 사진=김태원(tan)

높은 산에 걸린 거대한 구름이 마치 하얀 두꺼운 눈이 쌓인 것 같기도 한 신기한 장면도 보고 해지기 전 도착한 다이아몬드 비치에서는 해변에 떠밀려온 보석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얼음조각들이 마치 예술작품처럼 놓여져있었다. 까만 모래위에 하얗게 반짝이는 얼음 조각들이 정말 보석같이 아름다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ygtPxaExqiw?si=HYhQtt53V3oC8APU>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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