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기환송심서 불법 파업 노동자 배상 책임 면제
재계 "노조의 변칙 쟁의행위 조장할 것" 우려
11년 만에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기업들 비상
일부 대기업 노조는 소급분까지 요구
대내외 불확실성에 국내 기업 부담 가중
재계 "노조의 변칙 쟁의행위 조장할 것" 우려
11년 만에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기업들 비상
일부 대기업 노조는 소급분까지 요구
대내외 불확실성에 국내 기업 부담 가중

[파이낸셜뉴스]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사 관계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법부가 노사 관계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노동조합 측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면서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재계 "불법파업에도 노조 손 들어줘"
1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불법 점거로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노조가 고정비용과 매출 감소 등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는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및 지회 노조원들에 대해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받아 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012년 8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생산 라인 등을 불법으로 멈춰 회사에 손해를 끼쳤지만,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다.
노조 측 책임을 인정한 1심 및 2심 판단과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파업 후 추가 생산을 통해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다는 노조 측의 일방 주장을 수용했다. 현대차 측은 매년 초 세우는 계획 생산량은 미확정 단순 목표치에 불과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 운영되는 실제 운영계획 상으로는 2012년 연간 목표 대비 1만6150대가 적게 생산됐다는 점을 적극 입증했다. 심지어 피고 측 증인도 실제 운영계획은 계획생산량 대비 수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법 파업으로 인한 부족 생산량이 모두 만회됐다고 결론냈다.
생산방식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주문생산방식이어서 일시적 생산 지연에도 고객이 곧바로 매매계약을 취소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고 따라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은 고객 주문이 없더라도 일정 물량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차도 고객 주문 물량 외에도 다양한 옵션의 차종을 미리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파업에 따른 조업 중단 시 생산 및 판매 차질이 불가피하다.
■통상임금 소급분까지 달라는 노조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며 국내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직 여부나 근무일수 등을 지급 조건으로 설정한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2013년 판례를 1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 맞춰 고용노동부가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은 당장 늘어난 인건비에 비상이 걸렸다.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는 판결 선고일 이후 산정하는 것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해당사건 및 이미 법원에 계류중인 병행사건까지는 소급이 인정된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실제 기아 노조는 오는 28일 누락된 통상임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해당 소송에는 2만명이 위임인 신청을 마친 상태다. 현대차 노조도 회사에 소급분을 요구하며 "통상임금을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머지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도 현대차와 기아 상황을 지켜본 후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세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관련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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