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손에서 덴마크로 입양
안타까운 사연에 전현직 경찰 나서
실낱같은 단서만으로 전국 헤매
돌아가신 엄마 대신 외가와 상봉
안타까운 사연에 전현직 경찰 나서
실낱같은 단서만으로 전국 헤매
돌아가신 엄마 대신 외가와 상봉

할머니 손에 자라다가 덴마크로 입양 보내졌던 양신애씨(52) 자매가 48년 만에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를 잊을 수 없을 때마다 한국을 찾은 양씨를 안타깝게 여긴 전현직 경찰관들이 도운 결과다. 다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신애씨는 내달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 대신 외가 식구들을 만날 예정이다.
양씨 자매가 입양된 것은 1977년. 신애씨가 4세, 동생 민애씨가 갓난아기 때였다.
그리움을 안고 살던 신애씨는 성인이 되고 부모님을 찾다가 2013년 아버지와 상봉했다. 신애씨는 아버지를 찾은 이후에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2017년에는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유전자를 등록했다. 지난해에는 경찰로 근무하며 수천건의 실종수사를 맡았던 실종수사 전문가인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찾았다. 그러나 8차례 한국행에도 어머니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 교수는 신애씨의 절실한 사연을 듣고 지난해 11월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 인근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류병훈 팀장이 이 사건을 맡았다.
류 팀장은 신애씨 아버지의 증언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다. 단서는 어머니 전씨의 이름과 형제관계, 고향인 충북 청주 관련 내용이 유일했다. 수사팀은 우선 아버지가 얘기한 어머니 나이와 충북을 중심으로 전씨 이름을 검색하고, 호적을 떼봤다. 하지만 일치하는 사람은 확인하지 못했다.
류 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씨를 찾기 위해 지난달에는 현장으로 첫 출장을 나갔다. 그러다 이발소 회전간판이 달린 채 문이 닫힌 가게를 발견했다. 노인은 전씨 성을 가진 이름을 얘기하며 이발소를 운영했던 사람이라고 얘기해 줬다.
류 팀장은 경찰서로 복귀해 생년월일의 폭을 넓혀 다시 전산을 조회했다. 청주가 본적지인 사람이 한 명 있었지만 사망자로 나왔다. 이후 가족관계 등을 탐문해 다음 날 청주에 사는 전씨를 찾아갔다. 알고 보니 신애씨 어머니는 실제 생년월일보다 2년 앞당겨 호적이 올라가 있었고, 2021년 세상을 떠났다.
막내오빠에 따르면 신애씨 어머니는 남편의 폭행과 여자 문제를 이기지 못해 집을 나왔다고 한다. 어머니는 신애씨를 낳고 잠시 막내오빠 내외와 살던 친정 부모님 댁에 내려와 살기도 했다고 했다. 신애씨 자매가 입양 간 사실을 몰랐던 어머니는 다시 아이들 찾으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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