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방향의 파도끼리 충돌… 수영객·선박에 치명적

[파이낸셜뉴스] 에게해에서 바다 표면이 마치 체스판처럼 보이는 ‘사각형 파도(사각파)’ 현상이 포착됐다. 이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오는 두 개의 파도가 충돌하면서 수면에 격자무늬 파도를 만드는 현상으로, 해양 전문가들은 수영객과 선박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튀르키예 해안에서 이 같은 현상이 포착됐다고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는 격자무늬 파도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어부들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파도의 영향을 받은 듯 영상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각파로 불리는 이 현상은 서로 다른 속도와 궤적으로 이동하는 두 개의 파도가 45도 이상의 각도로 충돌할 때 발생한다. 주로 강풍과 해류의 충돌로 형성되며 서로 다른 해류가 만나는 바다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선박의 운항을 방해하고 수영객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수면 위에서는 온화해 보이는 파도가 수면 아래에서는 배를 침몰시킬 만큼 강력한 해류를 형성해 최대 3m 높이의 파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불규칙한 파도의 움직임 탓에 선박은 격렬하게 흔들리며 전복될 위험이 있다. 수영객의 경우 해류에 휩쓸려 해안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끌려 갈 수 있다. 숙련된 수영인조차도 이러한 해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에 해양 전문가들은 수영객이나 선박을 운항하는 이들에게 사각파를 만났을 경우 즉시 물 밖으로 나오거나 가능한 한 얕은 수심에 머무를 것을 권고한다. 깊은 수심에서는 파도의 힘이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각파는 튀르키예 해역뿐만 아니라 프랑스 라로셸 근처의 레 섬, 포르투갈 리스본, 하와이 등 전 세계 여러 해역에서 관찰됐다.
한 하와이 현지 주민은 “하와이에서 자라면서 우리는 항상 ‘사각형 파도’를 조심하라고 배웠다”며 “격자 모양의 파도는 사람을 수백 피트나 앞뒤로 잡아당길 수 있고 침착함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전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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