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모든 건 'CEO 트럼프' 뜻대로… 주식회사 미국은 구조조정中 [글로벌리포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09 19:13

수정 2025.03.09 19:13

정치·외교 등 전 분야 문법 탈피
러 대신 우크라에 양보 요구 등
'오직 거래'로 충성경쟁 노골화
공무원 해고 칼춤에 사회 혼란
탄핵론 자초하는 무모한 추진력
관세부과·연기 반복하며 증시 하락
비용 문제로 불법체류자 추방 차질
중간선거후 자리보전 장담 못 해
모든 건 'CEO 트럼프' 뜻대로… 주식회사 미국은 구조조정中 [글로벌리포트]
오는 11일(현지시간)은 2번째로 백악관을 접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안팎에서 구조조정에 나선 지 50일이 되는 날이다. '거래의 달인'을 자처한 그는 지극히 기업가적 접근으로 필요 없는 '협력사'와 직원들을 쳐 내면서 자신만의 경영 방식을 만들어 나갔다.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과감한 추진력에 놀라면서도 그의 오락가락하는 거래 방식과 불확실성에 점차 불안해하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탄핵론이 나오는 그가 2026년 중간선거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거래'… 금기 없는 질서 재편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 전략은 1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을 최대 경쟁자로 설정한 트럼프는 과거 닉슨 정부가 중국과 손잡고 옛 소련을 견제하려 했던 전략을 뒤집어, 러시아와 밀착해 중국을 압박할 계획이다.

또한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을 연결하는 친(親)미 벨트를 형성해 중국 및 이란의 세력 확대를 막는다는 목표도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대전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유럽과 미주 지역의 오래된 동맹들에게 그 동안 미국을 '이용'한 요금을 받아내려 한다. 마찬가지로 국제기구나 해외 원조로 나가는 '불필요한' 지출도 멈출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중국 견제라는 목표에 필요한 만큼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항로 개발과 코로나19로 불거진 공급망 파동은 트럼프 2기 정부에 그린란드 및 천연자원 확보라는 과제를 추가했다.

문제는 방식이다. 각료 이하 실무진에 그나마 베테랑 공무원들이 포함됐던 1기 정부는 트럼프의 불같은 성향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국제 규범에 따라 움직였으며, 조직 안팎에서 항명 역시 포착됐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에 입각한 사업가, 정치인, 방송인 등은 외교적인 금기나 규범보다 트럼프를 향한 충성 경쟁에 관심이 많다. 그 결과 트럼프 2기의 외교는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거래로 바뀌었다. 러시아의 국제무대 복귀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필요한 트럼프는 쌍방을 설득하는 번거로운 절차 대신, 손쉽게 찍어 누를 수 있는 우크라에 양보를 요구했다. 3년 동안 제공한 군사 지원 대가로 우크라 광물 지분 절반을 요구한 것은 덤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위해 수십 년 동안 중동 갈등의 뿌리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아예 미국이 점령하고 원주민을 �i아낸다는 구상을 제안했다. 그는 이외에도 세계보건기구(WHO) 및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각종 국제 협의체에서 탈퇴하고,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게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지켜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공무원 줄이고 조직 축소

카지노와 호텔 등 여러 부동산 개발로 부를 쌓았던 트럼프는 수십 년 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관료주의를 비난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으로 여러 인·허가 및 공사가 늦어진다고 주장했으며 1기 정부 당시 많은 휘하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는 2기 정부를 준비하면서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을 예고했고, 이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휘에 따라 이뤄졌다.

머스크는 테슬라나 스페이스X 같이 혁신적인 기업을 경영하면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당국과 마찰이 많았다. 그는 특히 소셜미디어 엑스(X) 인수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에 휩싸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연방정부 자문기구로 DOGE를 신설하고 지난달 11일 연방정부 기관장들에게 DOGE와 함께 인력 감축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이달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민간 공무원 숫자는 올해 트럼프 취임 기준으로 약 230만명이었다. 이달 초까지 약 2만5000명이 해고됐으며 7만5000명이 명예퇴직했다. 미국 보훈부는 지난 5일 발표에서 부서 공무원 약 8만20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인 4만5000명을 해고한다고 알려졌다. 조직 축소도 이어졌다. 트럼프는 대외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동시에 해외 영사관 12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4일 연방정부 자산을 관리하는 총무청은 연방수사국(FBI) 청사를 비롯한 443개의 연방정부 자산에 대해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돈 문제도 걸려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2025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벌써 8400억달러(약 1214조원) 증가하면서 첫 4개월 적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락가락하는 협상 전략 불안, 이민자 추방도 차질

대선 기간에 대규모 감세와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약속했던 트럼프는 바닥을 드러내는 예산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취임과 함께 일단 야당과 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감세나 규제 완화 논의는 뒤로 미루고, 행정명령으로 비교적 빨리 걷을 수 있는 관세에 집중했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 수입품과 중국 수입품에 각각 25%, 20%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12일에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추가한다. 4월 이후에는 미국보다 관세율이 높은 국가에 보복하는 '상호 관세'와 농산물 추가 관세가 시행된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목재, 구리에 추가 관세를 준비 중이다.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지난해 11월 5일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감세 및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중순까지 6%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주가는 트럼프의 관세 공격이 누적되고, 무역 상대가 보복을 선언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로 인해 점차 하락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물가와 직결된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을 두고 관세 부과와 연기를 반복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주가는 지난 6일 트럼프가 캐나다·멕시코 추가 관세를 지난달에 이어 또 부분 연기하면서 약 2%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투자사 세테라 투자운용의 진 골드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6일 "트럼프로 인한 증시 상승은 이제 트럼프로 인한 증시 하락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불확실성과 정치권에서 나오는 혼란스러운 관세 메시지 여파로 위험회피 심리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돈 문제는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가장 강조했던 불법 체류자 추방 정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체포한 불법 체류자를 군용기로 고국에 추방했던 미국 국방부는 이달 1일부터 비용 문제로 해당 절차를 중단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트럼프 취임 1개월 동안 추방한 인원은 3만7660명으로 바이든 정부의 마지막 1년간 월평균 추방 인원(5만7000명)보다 적었다. 이민 단속을 주관하는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는 이달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돈이 많으면 더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재정 부족을 호소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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