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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10건 중 7건 '나홀로 소송'..."비용 절감" vs "재판 지연 우려"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1 14:44

수정 2025.03.11 14:44

나홀로소송 비율 민사소송 약 70%...소액사건 83%
법원 등 소송 참고자료 많아져...변협 "법원 업무량 과중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 지난해 1월 외국계 여성 A씨는 자녀의 친자 여부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인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친부 상대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변호사 선임료가 문제였다. A씨 경제 사정상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결국 A씨는 사실상 '나홀로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련 기관과 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은 큰 힘이 됐다.



변호사 없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송'이 민사소송 10건 중 7건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소액 사건에선 인터넷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소송서류를 보다 쉽게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홀로 소송은 주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미숙한 준비로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법조계에선 일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4년 사법연감 기준 민사 본안사건 가운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비율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70% 안팎으로 집계됐다. 소송 중 3000만원 이하의 금전을 청구하는 소액 사건의 경우 변호사 미선임 비율은 매년 80%를 넘었다.

민사본안소송 나홀로소송 통계/출처=2024 사법연감
민사본안소송 나홀로소송 통계/출처=2024 사법연감

나홀로소송은 주로 민사사건에 집중된다.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사건은 증권, 소비자 단체 등 집단소송을 제외하고는 변호사 선임을 강제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소송은 주로 법원과 법률구조공단 등 기관의 지원을 받는다. 법원 전자소송포털은 '나홀로 소송' 전용 탭을 마련해 소장 작성법과 피고 대응 방법을 안내하고, 대여금·약정금 등 소송 유형별 예시도 제공한다. 법률구조공단은 소장과 신청서 양식을 제공하며, 상담을 통해 작성법을 안내한다. 법률구조공단 웹사이트에서 '소송전 단계' '가압류 가처분' '민사소송' 등 분야별로 소장과 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은 뒤 본인의 인적사항과 청구취지만 바꿔 적으면 된다.

홀로 작성하다 막히면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 공단 관계자는 "대상자가 상담을 신청하면 소장 작성법을 안내해 주고 본인이 작성한 일부 서면에 대해 양식에 맞게 작성했는지 검토를 해주기도 한다"며 "상담엔 제한이 없어 소송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상담을 신청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어려운 법률 문서를 양식에 맞게 다듬어 줄 뿐만 아니라, 간단한 법률 상식 등도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A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작성하다 보니 일부 작성법이 틀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최근 챗GPT 등 AI기술을 활용해 법원 양식에 익숙해지는 분도 있는 거 같다"고 전했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나홀로소송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간단한 소송 외에는 변호사 조력 없이 진행할 때 패소 위험이 있고, 재판 절차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갈수록 소송형태가 복잡해져 나홀로소송으로 해결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입증 대상조차 모르는 원고에게 재판장이 설명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는 지난 5~6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관계자를 만나 이같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변호사의 전문적인 지원을 받은 상대방에게 재판에서 질 가능성이 있고, 담당 법관뿐만 아니라 법원 직원 등 관계자의 업무량이 과중되는 등 소송절차가 복잡해진다"고 피력했다. 실제 쟁점이 복잡한 민사합의 사건의 변호사 미선임 비율은 2019년 28.7%에서 2023년 20.5%로 줄었다.

법원은 나홀로 소송 외에도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소송 관련 양식 제공 등 이용자 편의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도 "법원이 일방적으로 당사자를 도울 수는 없으며, 조력이 필요한 경우 국선변호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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