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1000원 시대 도래...‘엔저’는 옛말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에 엔화값 반등
美 경기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반영
미-일 금리차 축소에 연말까지 강세 지속될 듯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에 엔화값 반등
美 경기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반영
미-일 금리차 축소에 연말까지 강세 지속될 듯
읽어보고 사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부 출연기관과 한국은행, 각종 연구소까지 하루에 쏟아지는 보고서만 수십 개가 넘는다는 것. 숨 가쁜 투자자를 위한 리포트 해설 시리즈 [읽어보고서 사]는 화·목·토 아침 6시 나온답니다. 어젯밤 여의도에서 가장 '핫'했던 이야기만 요약해 드릴께요. 놓치면 후회할 보고서, 알짜만 쉽게 풀어쓴 기사를 오늘부터 챙겨보세요.

[파이낸셜뉴스] ‘슈퍼 엔저’의 시대가 끝나고 ‘엔고’의 막이 열렸습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지고 미국 경기 악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엔화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데요. 이번주 원·엔 환율은 약 1년10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100엔당 1000원에 가까워졌습니다. 당장 일본 여행을 앞두고 환전 고민이 커지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앞으로 엔화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엔화 강세 배경 및 전망’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달러·엔 환율, 3개월 만에 150엔선 하회

최근 엔화는 얼마나 강해진 걸까요. 달러·엔 환율의 경우 지난 1월 8일 158.35엔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 고점이었던 7월 3일(161.69)과의 차이를 2%까지 좁혔습니다. 이후 환율 흐름이 반전되면서 지난 11일 장중 146.54엔(연중 고점 대비 -7.76%)까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유로·엔 환율의 경우 지난달 27일 155.79까지 하락했으나, 독일의 대규모 확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기대감 등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160엔선에서 등락했습니다.
올해 엔화의 미 달러화 대비 강세폭은 G10 통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편인데요. 주요 선진국 통화의 연중 미 달러화 대비 강세폭(3월 10일 기준)은 엔화가 7.0%로 노르웨이 크로네(5.8%), 유로화(5.5%), 파운드화(4.0%)를 모두 상회했습니다.
환율 변동성 역시 주요 선진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10월 기준 엔화의 내재변동성(옵션 1개월물 기준)은 일본이 12.2%로 스웨덴(11.8%), 노르웨이(11.2%), 유로존(8.7%), 영국(8.2%)을 넘어섰습니다.
■금리인상 기대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이에 더해 BOJ도 통화정책 결정에 임금-물가 선순환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거듭 밝혀온 가운데, 2025년 춘투에서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산하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폭이 1993년 이후 최고 수준인 6.09%(2024년 5.85%)로 확인되면서 조기 금리인상 기대감이 조성됐습니다. 그 결과, 렌고가 발표된 지난 6일에는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BOJ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감 등을 반영해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인 1.537%까지 상승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일부 경제지표에서 확인된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美 국채와 엔화 등의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된 것도 최근 엔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엔화는 달러를 제외하면 가장 안전한 통화로 평가받는데요.
1월 미국 소매판매가 1월 전월 대비 0.9% 감소하는 등 지난 2023년 3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으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조짐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에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 확대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미-일 금리차가 빠르게 축소하고 있습니다.
■2025년 말까지 엔고 전망...美경기 둔화시 강세폭↑

특히 지난해 말 일본 생명보험사 등이 일본 채권투자 비중 확대를 시사한 가운데, 3월말 발표 예정인 일본 공적연금(GPIF) 중기 자산배분 계획에서도 국내 자산 비중을 늘리거나 투자유연성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확인될 경우, 엔화 추가 강세 압력이 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미국 성장 둔화 우려로 금리차가 축소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점화될 경우, 엔화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일본은행이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를 예고한 가운데 엔화 강세에 따라 구매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엔화의 추가 강세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비상업 부문 CME 엔화 선물 포지션은 2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는데요. 지난 4일 기준 13만3000건 계약으로 전주 대비 3만8000건 확대됐습니다. 달러·엔 통화옵션 리스크리버설(1개월물)도 연초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며, 엔화 강세 기대가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조은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엔화 강세는 BOJ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경기 악화 우려 부각에 따른 연준 금리인하 기대 증가와 함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미국의 경기둔화 조짐이 추가로 확인되면 강세 폭이 더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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