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엔솔·SK온 투자 가속
美기업과 손잡고 법인·공장 설립
최근 2조원대 유상증자를 결의한 삼성SDI는 그 이유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 때문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GM과의 합작법인 투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을 고려, 미국에 '선택과 집중 투자'를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美기업과 손잡고 법인·공장 설립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14일 2조원대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가운데 1조5460억원은 미국·헝가리 등에, 4541억원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GM과 약 35억달러(약 5조900억원)를 투자,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연산 27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액 1조5460억원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이 미국 투자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도 사실상 미국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에는 정정공시를 통해 넥스트스타 에너지 출자 기한을 기존 올해 3월에서 오는 2028년 3월까지 3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으로,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SK온은 올해 가장 큰 투자를 사실상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와 현대차와의 북미 합작법인 등으로 잡았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6일 열린 지난해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북미 포드와의 합작공장과 현대차와의 합작공장이 완공되면 향후 시설투자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에 '선택과 집중'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고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정면돌파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적용되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약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세 때문에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요인이 사라졌다"며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투자 집중은 미 정책당국의 방향을 따라가는 차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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