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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관세 회피 돌파구 찾은 현대차 31조 대미 투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5 18:09

수정 2025.03.25 20:06

제철소 세우고 120만대 현지생산
딴소리하는 트럼프 인식 변화 기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 의전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함께했다. 트럼프는 "현대는 대단한 회사"라고 치켜세우며 "자동차와 철강을 생산하는 현대는 결과적으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제조업 노동자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줄 현대차의 신규 투자에 백악관은 "트럼프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부흥 노력의 성과"라고 자찬했다.

이번 투자 건은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한국 대기업의 첫 대미투자 발표다.

국정공백 속에서 트럼프와 직접 대면하는 정상급 민간외교의 장을 처음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발 빠른 통 큰 투자로 관세전쟁과 투자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투자는 트럼프 정부의 잣대로 보면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최소 10억달러가 아닌, 200억달러대이니 대통령이 참석하는 최고급 예우를 받았다. 트럼프는 '관세 효과'를 내세우고, 현대차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인하는 쌍방이 윈윈한 것이라고 본다.

내달 2일 실행될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 직전인 발표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금까지의 대미투자액과 맞먹는 210억달러를 트럼프가 집권하는 4년간 투자하겠다는 과단성도 담겼다. 주요국 중에 가장 많은 대미투자를 한 국가가 한국인데, 아무쪼록 "관세가 4배나 많다"느니 하는 잘못된 정보를 갖고 딴소리를 한 트럼프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기 바란다.

현대차그룹은 쇳물부터 자동차 강판,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된 밸류체인을 미국에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원재료 조달 및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관세를 물지 않아도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76억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 서배너에 건설한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HMGMA)을 26일 준공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이어 세번째 미국 공장이자, 트럼프 1기 정부 때 투자를 발표한 프로젝트다.

이곳 생산규모를 50만대로 늘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연간 총 1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170만대)의 70%, 국내 생산물량의 40%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다. 그룹사인 현대제철이 전방산업을 맡는다.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 2029년부터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한다.

한편으로는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과 같은 기간산업의 해외이전 가속화를 뜻하기도 해 우려스럽다.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허가, 예외 없는 주 52시간 규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 등 반기업 입법과 규제가 탈한국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국내 일자리는 더 쪼그라들 것이다.

현대차의 미국 내 생산 확대가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위축하는 후폭풍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국내 제조기반이 위축되는 공동화 현상은 막아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 등의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촉진하는 법과 세제·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올해 역대 최대인 24조원 규모의 국내투자 약속도 현대차가 차질 없이 이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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