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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재건’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진정성, 상호 협력을 중시하는 파트너십 중심의 접근 방식은 현지 정부와 기업, 시민들 사이에서 점차 신뢰를 얻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은 농업,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며 우크라이나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본격화…농업·에너지 등 한국 기업 진출 기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추진하면서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규모는 4863억달러(약 70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먼저 약 205억달러(30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에너지 분야는 발전 용량 회복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가입을 목표로 에너지 안보 강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피해액이 570억달러(83조원)를 넘으며 가장 타격을 입은 건설·제조 분야에서는 제조시설, 물류 허브, 모듈러 건축 등 다양한 재건 사업 기회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출의 41%를 차지하던 핵심 산업인 농업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농작업 및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기계 공급과 지뢰 제거 작업 등의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농경지의 약 21%가 최전선 지역, 러시아 점령지역에 있어 농업 생산량은 침공 이전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의료 분야는 16억달러(2조원)의 직접 피해와 함께 10년간 194억달러(28조원)의 복구 자금이 필요하며 의료 기반 시설 손상, 전쟁으로 인한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함에 따라 재활과 치료 분야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산업인 방위 산업은 자체 국방력 강화 노력으로 장비 생산·개발, 제조 육성 등에 힘쓰고 있어 우리 방산기업과의 관련 부품 공급 및 기술 교류 등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주 여건과 관련해 지난해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기회 요인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 활동을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렘, 우크라이나 병원에 ESS 공급…에너지 인프라 복구
이렘은 바나듐 레독스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문기업인 관계사 엑스알비(XRB)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력·발전소 재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엑스알비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디젤 발전사 및 신재생 발전사 등에 공급될 전력망 복구 프로젝트에 자체 개발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VRFB·Vanadium Redox Flow Battery)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달에는 브로바리시와 ‘브로바리 종합 클리닉 병원’과의 ESS 공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SS는 송전망 손상 상황에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장비로, 전력망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VRFB ESS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며, 긴 수명과 대용량 저장이 가능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단순한 배터리 장비를 넘어 현지 전력망과 연동되는 스마트 제어 기술을 탑재하고 있어 병원·학교·공공청사 등 주요 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 기술로 평가된다.
엑스알비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자립 기반 구축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의료시설, 교육기관, 지자체, 정부 시설까지 적용 가능한 기술력으로 향후 다수의 협약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렘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 재건의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재건 및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동·아이톡시, 제품 공급 계약 체결…농업·공공 운송 복원
국내 기업들은 농업과 공공 운송 복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농기계 기업 대동은 우크라이나 현지 총판과 향후 3년간 300억원 규모 트랙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업계 최초의 대규모 계약이다.
앞서 트랙터 10대를 시범 공급하며 시장성을 입증했으며 이번 계약은 장기적 수출 확대의 기반으로 평가된다. 대동은 현지 딜러망을 바탕으로 빠른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력 회복과 자체 성장 모두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공공 운송 복원에도 나섰다. 아이톡시는 우크라이나 SKS그룹과 총 400대 규모(약 125억원)의 KG모빌리티 ‘무쏘그랜드’ 픽업트럭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1차 공급 물량인 150대는 우크라이나 경찰청의 긴급 요청에 따라 3월 말 선적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프랑스 푸조와의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따낸 결과로, 아이톡시는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공공기관 대상 입찰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향후 우크라이나 내 미국 대사관 및 기타 정부 기관 대상으로 연간 3000대 이상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톡시는 우크라이나 최대 헬스&뷰티(H&B) 스토어 'EVA'에 한국산 화장품을 선적했고, 우크라이나 유일의 판유리 공장 BFG 합작투자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 중이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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