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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채린 작가 "디지털 창작,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적 가치"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8 14:41

수정 2025.03.28 14:41

디지털 파인아트 한 작가, 활발한 작품 활동
개인전 이어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도 참가
"디지털은 가짜라는 고정관념, 제가 깨드릴게요"
/사진=한채린 작가 제공
/사진=한채린 작가 제공

[파이낸셜뉴스] “도구에 구애받지 않는 디지털 회화 작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실존하는 재료가 아닌 실재하는 회화, 그리고 실재할 수 있는 디지털 회화의 경계에 매력을 느낍니다.”

디지털 파인아트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길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디지털 아트에서 그 개념을 확장시킬 경우 최대 70년 이상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아트가 본격적으로 순수미술(파인아트)의 이름을 공유하게 된 것은 블록체인과 NFT 등의 기술이 등장한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일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아트의 소유권이 보장되고, 그에 따라 희소성이 생기며 예술 시장에서 ‘파인아트’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셈이다.



물론, 여전히 ‘디지털 파인아트’를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 파인아트 작가 한채린은 그런 이들에게, 또 자기 자신에게 “현실에 실존하는 실제 재료들로 캔버스 위에 그리는 것만이 회화 작품인가”라고 되묻는다.

디지털로 작업해 캔버스에 인쇄하는 순간, '실존하는 그림'이 된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한 작가는 디지털 아트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신예 작가다. 지난 2월 서울 서초 아트문갤러리에서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달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도 참가해 작품을 선보였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온 만큼, 대학 졸업 전까지 실존하는 전통적인 재료들로 그림 작업을 하는데 더 익숙했던 한 작가는 디지털 작업을 처음 경험하고 평소 사용하던 ‘실존하는 재료(유화, 아크릴, 과슈 등)’로 그린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결과물에 매료됐다.

“창 하나하나에 빛을 다르게 넣거나 색의 작은 변화까지 조정하는 등, 디지털이기에 가능한 세밀한 작업 때문에 회화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며 디지털 아트의 특성을 설명한 한 작가는 “디지털 도구로 직접 작업한 그림들을 손수 제작한 캔버스에 고급잉크로 프린트한다. 그 순간 그 그림은 현실에 실존하는 그림이 된다”라며 디지털이 현실에 ‘존재’하게 되는 그 순간의 경계를 강조했다.

한 작가는 “연필로 그리든 디지털 펜으로 그리든 모든 작업은 항상 하얀 캔버스 위에 스케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라며 “도구에 상관없이 색과 공기감을 만들어내는 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실존하지 않는 것을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작업 철학을 이야기했다.

/사진=한채린 작가 제공
/사진=한채린 작가 제공

이어 “디지털로 창작된 작품 역시 그 자체로 충분한 예술적 가치가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노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디지털은 진짜가 아니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 또한 제 작업이 가진 의미 중 하나”라고 디지털 파인아트 작가로서 사명감을 전했다.
한 작가 "도시의 차갑고도 따뜻한 미묘한 환호, 그걸 담아내고 싶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감정’과 ‘공기감’이다. 한 작가는 “단순히 뉴욕의 명소나 예쁜 장소를 그린 것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경험한 감정, 차갑고도 따뜻한 그 미묘한 환호를 담고 있다”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며 “이 세상 모든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만큼, 살아가고 싶은 세상을 하나씩 그려내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개인전에 이어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까지 마무리한 한 작가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셔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야겠다고 거듭 다짐했다”라며 “앞으로도 디지털과 회화의 경계에서, 디지털 파인아트가 지닌 매력은 물론 아날로그적인 공감과 감성, 그리고 공기감을 잃지 않는 작가로 성장해가고 싶다”라고 말을 맺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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