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파기자판 할 여지는 지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직접 판결하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을 통해 유죄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통상 하급심 판결이 동일한 경우 일부 판단을 바로잡을 때 파기자판을 선고한다. 이 대표 사건처럼 1·2심에서 사실관계 해석이 뒤바뀐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선거법 파기자판, 1408건 중 공소기각 1건…파기환송 49건
30일 뉴스1이 지난 10년 치(2014~2023년) 대법원 사법연감을 전수조사한 결과 상고심이 처리한 1612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중 파기자판 된 사례는 2014년 1건에 그쳤고, 이마저도 공소기각 판결이 났다.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고 직접 유죄로 판단한 사례는 없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2만 419건 중 17건(0.08%)이 파기자판 된 상고심 형사사건(형법+특별법)과 비교해도 극도로 낮다.
10년간 처리된 선거법 사건 중 상고기각은 1159건으로 비율은 71.9%에 달했다. 반면 파기환송 된 경우는 73건으로 4.5%에 그쳤다. 나머지는 상고 취하 등이었다.
여권을 중심으로 파기자판 주장이 나오는 건 이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부터다. 서울고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 유·무죄를 선고하는 1·2심 판단이 엇갈린 경우 대법원이 직접 판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파기자판을 규정한 형사소송법(396조 1항)은 '소송기록과 1·2심 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급심에서 사실관계가 동일하게 정해져야 한다고 본 셈이다.
실제 파기자판은 형사 사건에서 유무죄 판단을 유지한 채 추징금 명령을 취소하거나, 민사 사건에서 지연손해금 산정 등 일부 오류가 있을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게다가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아 양형 선고를 할 수도 없다. 한 부장판사는 "법리를 판단하는 대법원이 형량을 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1·2심 결론 동일해야 파기자판"…환송 시 연내 확정 힘들 듯
대법원이 하급심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파기환송을 선고하는 게 일반적이다. 원심에서 형량을 다시 정하라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거법뿐만 아니라 일반 형사재판에서도 유무죄가 갈린 사건을 대법원이 직접 판결하는 건 상정하기 어렵다"며 "기본 원칙은 하급심에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돌려보내도 결론이 같을 사건이 파기자판이 선고된다"며 "이 대표 사건은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상 신속 재판 원칙을 규정한 6·3·3 원칙(1심 6개월 이내·2심 3개월·3심 3개월)에 따라 대법원이 3개월 안에 선고하려면 항소심의 무죄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대법원이 무죄 판결이 부당하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내면 재차 고법→대법 판단을 거쳐야 하는데, 각 재판부 심리에 3개월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연내 판결 확정은 어렵게 된다.
한편 서울고법은 검찰 상고가 제기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8일 대법원으로 사건을 송부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서가 제출되면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를 배당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