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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도 통상임금" 판결 100일…기업 64% "경영 부담 증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30 12:45

수정 2025.03.30 12:45

대한상의 국내 170여개사 대상 긴급 설문
[파이낸셜뉴스]
#1. 대기업 A사 인사팀은 통상임금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지 골머리다. 노조가 퇴직금 재정산을 목표로, 수천 명의 퇴직자를 상대로 소송단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중소제조기업 B사는 매년 명절 때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해 왔으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직원들에게 현금이 아닌 선물을 주는 방안을 방안을 궁리 중이다. B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임금상승에 어찌 대응할지 인사팀들이 우왕좌왕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국내 기업 10개사 중 6곳이 이 판결로 인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겪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조건부 상여금이 있는 기업 170여곳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 기업 63.5%가 "통상임금 충격이 상당한 부담이 되거나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제공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54.7%로 절반이 넘었으며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았다'는 응답은 8.8%였다. '부담이 미미할 것'이라는 응답은 32.1%,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였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19일 현대자동차와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면서 상여금의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약 11년간 현장에서 통상임금 판단 요건으로 작용해 왔던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고정성 요건이 폐지됐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후 임금 상승률을 묻는 말에는 대기업 55.3%가 '5% 이상 임금 상승', 23.1%가 '2.5% 이내 상승'이라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은 25.0%가 '5% 이상 임금 상승', 43.4%가 '2.5% 이내 임금 상승'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제공

기업들은 임금인상을 최소화하고 정기상여금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응 방향과 관련, 응답기업의 기업의 32.7%(복수응답)가 '임금인상 최소화'라고 답했고, 이어 정기상여금 축소 또는 대체(24.5%), 시간외 근로시간 줄일 것(23.9%), 신규인력 줄이는 등 인건비 증가 최소화(18.9%),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성과급 확대(17.0%) 등 순이었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21.4%에 달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올해 임금 교섭의 주요 의제는 통상임금 산입 범위가 될 것"이라며 "당장 현실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잠재되어 있는 소송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지형이 바뀌면서 고강도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상임금 컨설팅까지 받는 형국"이라며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 합의라는 기본 원칙에 근거해 법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170여개사를 대상으로 전화·인터넷·팩스를 통해 이뤄졌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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