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통상·민생 3대 분야 대상
초당적 합의로 신속 집행 기대
초당적 합의로 신속 집행 기대

차일피일 미뤄졌던 추가경정예산안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긴급 발표한 추경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주목된다. 우선, 추경의 대상을 재난재해 대응을 비롯해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지원 등 3대 분야로 정했다는 점이다. 산불로 국가적 재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불 추경에 한정하지 않고 통상과 민생 분야까지 그 범위를 넓혀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울러 최 부총리가 이번 추경을 '필수 추경'이라고 규정한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내외적 복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국정공백 와중에 미국발 통상 리스크가 크고 내수부진도 심화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남권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인 산불 피해까지 발생했다. 추경은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핵심 현안이다. 최 부총리가 필수 추경이라고 명명한 이유다.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인 동시에 신속하게 추경에 대한 의사결정이 단행돼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정부의 추경안이 나왔지만 국회의 논의 과정에서 신속하게 처리될지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부터 줄곧 정치권에서 수차례 추경을 언급했는데 한 번도 타결된 적이 없어서다. 민생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하다가 공전을 거듭하더니, 트럼프발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통상 추경을 하자던 게 엊그제 이야기다. 그렇게 무성한 논의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국가적 재난 사태에 맞닥뜨리면서 산불 추경이 부상했지만 여야 간 공방으로 시끄럽다.
국민들은 하루빨리 여야가 추경에 합의를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원래 지난해부터 거론돼온 추경 논의는 국내 경제의 저성장 침체 국면을 탈피하여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와 자영업자를 살리자는 게 핵심이었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떨어지고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국면에도 여야는 추경의 목적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결국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 연초 들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추경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으나 이 역시 최종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추경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탁상공론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금 추경의 주요 분야는 산불, 통상, 민생 이렇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추경안은 시급한 3대 현안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도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조원의 규모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15조~20조원 규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당시 추경 규모를 산출할 때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다각도로 감안해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조원 규모의 추경이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필수 추경이라고 단정한 것도 이러한 재정건전성까지 감안한 판단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 정치권은 최근까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 추경안을 만들어 제출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정부가 추경의 분야와 규모를 정했다는 점에서 이제 국회가 신속한 통과로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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