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엽 '6월의 내장사'

'원색의 화가'로 불린 류병엽(1938~2013)은 평생 한국의 산천과 삶의 풍경을 오방색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교수직 대신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했고, "내 존재 자체를 100% 소진시켰다"는 말처럼 평생을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구불구불한 논두렁길, 오래된 소나무, 밭일하는 사람 등 익숙한 풍경을 소재로 하면서도 세부 묘사보다는 감정의 울림을 전한다.
명암 없이 평면적으로 구성된 화면은 곡선과 강렬한 원색으로 나뉘며, 민화와 단청에서 파생된 색채는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이어간다.
"초록 산을 흰색으로 칠한 건 캔버스가 그렇게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처럼, 류병엽의 그림은 작가와 화면의 교감에서 비롯된다.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한 작가는 "마흔둘이 되어서야 비로소 캔버스가 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화려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그의 회화는 마치 잊고 있던 고향의 냄새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생전 그는 박여숙 화랑, 표갤러리, 갤러리현대 등 주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한 '현대미술초대전'(1987~1992)과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1986), 그리고 롯데 화랑, 서울 미술관 등이 주최한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며 한국적 구상 회화의 맥을 이었다.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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