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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원의 기업가정신] 수익과 공익 추구는 공존 가능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31 18:31

수정 2025.03.31 19:24

오픈AI 영리 전환 주목
지속가능성 확보가 관건
한국기업에 시사점 있어
논설위원
논설위원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시도를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양대 가치를 추구하는 목적은 결국 지속 가능성이다. 실제로 수익이 악화되면 사회적 가치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 추구하는 혼합성(하이브리드) 기업이 양대 가치 간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이유다.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한 오픈AI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조직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질렀다.

사회적 가치를 제1의 사명으로 내세운 비영리법인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수익 대신 공공이익을 위한 활동에 재원을 쏟아붓기에 정부의 세제혜택과 지원금뿐만 아니라 민간의 기부금도 받을 수 있다. 공익을 표방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와 낮은 임금의 직원 채용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은 양날의 칼과 같다. 수익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하므로 수익사업을 제한해야 한다. 신사업 추진이나 사업확장이 공익과 배치되기 때문에 재원 축적도 어렵다. 벌어들인 수익은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재투자가 아니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직원들도 민간기업에서 지급하는 임금 수준에 맞춰 줄 수 없어서 핵심 연구개발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다.

물론 기부금과 세제혜택으로 법인이 운영되면서 민간기업과의 경쟁력이 느슨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딜레마를 돌파하기 위해 등장한 지배구조 유형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조직이다. 비영리법인의 공익정신을 이어받되 수익 추구도 허용해 자립 가능한 지속가능을 추구하는 형태다.

오픈AI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이런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기술 산업은 몸값이 높은 핵심 개발인력과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기존 비영리법인 구조로 일관하다간 초반에 이룬 AI 시장 주도권을 다른 민간 경쟁사에 빼앗길 게 뻔하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비영리법인을 별도로 두고 영리도 추구할 수 있는 공익법인을 따로 세워 공익 추구라는 명분과 수익창출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조직을 피버팅하는 과정에 따라붙은 논쟁이 바로 목적 표류(미션 드리프트)다. 미션 드리프트는 조직이 원래의 목적이나 사명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비영리 조직이 어느 순간 공익보다 수익을 더 중요시하면서 사회적 미션을 소홀히 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용어다.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 논쟁은 이처럼 하이브리드 조직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례다. 초기 생존이 어려운 스타트업이 일부러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해 세제 혜택을 누린 뒤 나중에 수익모델로 전환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하이브리드 조직의 특성에 애매모호한 점이 있어 미국에는 혼합성 법인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공존한다. 이를 판단하는 법과 기준도 각 주마다 제각각이다. 오픈AI의 소송도 이런 법 제도의 복잡성과 뒤엉켜 있다. 오픈AI 법인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다.

그런데 회사의 활동과 사업장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일단 회사의 실질적인 활동 근거지가 캘리포니아주에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은 해당 주의 법원이 맡고 있다. 양대 주가 규정하는 기업법이 달라 법 해석을 놓고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델라웨어주의 공익법인(PBC)과 캘리포니아주의 특수목적기업(SPC)의 법인 설립 목적과 이사회 의무가 일부 다르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 논쟁은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남길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인증하는 사회적기업 제도가 있다.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하이브리드 조직을 규정하는 제도가 단순하다. 미국처럼 다양한 유형의 접근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특히 ICT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가 늘고 있다. 오픈AI 법적 분쟁이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도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jjack3@fnnews.com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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