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5·18민주화운동이 45주기를 맞았으나 왜곡과 폄훼는 여전하다. 5·18기념재단은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상의 왜곡·폄훼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대응하고 있다. <뉴스1>은 5·18 왜곡 문제와 AI의 효과, 한계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북한군 개입설' 등 5·18민주화운동의 왜곡·폄훼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정치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심화했다.
1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은 5·18민주화운동 왜곡과 폄훼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지난해 3월부터 '인공지능(AI)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 등 주요 사이트를 대상으로 AI를 이용해 온라인 영상과 게시글, 댓글을 살펴 왜곡·폄훼를 감지한다.
AI 모니터링 결과 총선이나 광복절, 계엄 등 정치권 이슈나 국가 기념일이 겹칠 때마다 왜곡·폄훼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별 왜곡·폄훼 집계 현황을 보면 △3월(총선) 300건 △4월 154건 △5월(5·18민주화운동 기념일) 483건 △6월 141건 △7월 63건 △8월(광복절) 145건 △9월 97건 △10월(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210건 △11월 135건 △12월(계엄) 1~10일 169건으로 집계됐다.
별다른 정치 이슈가 없던 7월 한 달(4주)간 63건이 게시됐던 것에 비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12·3)이 내려진 12월에는 열흘(1~10일)간 169건이 게시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분석은 AI 모니터링이 있어 가능했다. AI 모니터링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12월 10일까지 왜곡·폄훼 게시글은 총 42만 7662건으로 그중 AI가 2153건을 잡아냈다.
AI모니터링은 '크롤링'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크롤링은 웹 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그 안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을 뜻한다.
모니터링 회사가 입력해 놓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사이트 내에서 크롤링을 해, 1차로 AI가 왜곡·폄훼를 잡아내고 사람이 직접 최종 검토한다.
왜곡·폄훼 게시글임이 판단되면 PDF 캡처와 자료보존, 게시 중단요청을 자동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5·18에 대한 혐오 표현과 허위조작정보 생산·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왜곡·폄훼 게시물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가짜 뉴스의 온상지는 '디시인사이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약 9개월간 1337건의 왜곡·폄훼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왔다. 일간베스트(일베)가 526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 가장 많은 왜곡·폄훼의 대상이 되는 가짜 뉴스는 '5·18 폭동설(880건)'이었다. 이어 △북한군 침투설(309건) △유공자 명단 공개(249건) △기타(214건) 무기고 탈취설(173건) △가짜 유공자설(72건) 순이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일반 국민의 경우에도 계엄 사태나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보며 5·18을 떠올리고 소설 '소년의 온다'를 찾지만 이 경우는 전형적인 '선동 세력'의 행위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전환되며 찬반 집회 등이 열리고 충돌이 일어나는데 이들이 과거 역사적 사실을 가져다가 빗대어 쓰면서 자연히 5·18에 대한 검색률이나 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 가운데 극우 세력들이 과거 역사 사실을 부정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장외 집회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 왜곡·폄훼로 마치 5·18의 가짜 뉴스가 사실인 양 분위기 조성을 하는데 이를 AI 모니터링으로 제대로 잡아내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3·15나 4·3, 4·19 등 대한민국의 모든 역사적 사실이 부정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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