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일 새벽 발표 예정인 '상호관세' 조치에서 상대국의 비관세 장벽까지 반영해 관세율을 결정할 방침이다. 일본은 쌀 등 농산물 수입 제한과 자동차 분야를 지적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의 압박이 일본 내 규제 개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일본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11p에 걸쳐 상세히 기술했다. 해당 보고서는 매년 봄 발표되며 이번 일본 부분은 전년보다 1p 늘었다.
USTR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상호관세 도입을 둘러싼 정권의 정책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특히 일본 농림수산 분야의 폐쇄성을 집중 조명했다.
쌀에 대해 무관세 수입 한도 설정과 그 외 수입 쌀에 부과되는 사실상 고율의 관세를 문제 삼았다. 미국은 오랜 기간 이러한 구조가 자국산 쌀의 유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일본에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해왔다.
밀과 돼지고기 수입 제한도 교역 왜곡 요인으로 지적됐다. 미네랄워터·과일주스·초콜릿·설탕 등은 "관세율이 여전히 높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일본이 대부분의 공산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음에도 미국은 일본의 독자 규격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관련 지적이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일본의 '갈라파고스 규격'을 대표 사례로 급속 충전기 독자 규격인 '차데모'를 정조준했다.
USTR는 전기차(EV) 충전소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차데모 규격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차데모를 '이단아'이자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일본 제조업체의 충전소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설치된 반면 미국 업체는 고속도로를 빠져나가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일본 정부의 정책 결정 및 법 집행 절차의 불명확성이 미국 기업의 현지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가 새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의견 수렴 기간이 없거나 지나치게 짧은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외국계 기업에도 충분한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트럼프 관세 정책과 관련해 "계속해서 일본을 제외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전국 1000곳에 특별 상담창구를 설치해 중소기업 의견을 듣고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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