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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감소 보다 상속세 합리화가 우선” 유산취득세 도입 불가피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6 15:20

수정 2025.04.06 15:20

지난 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상속세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상속세수가 줄어들더라도 조세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제의 합리적 개편이 당장의 세수 감소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산취득세 도입 시 현실적으로 상속세를 잘 걷기 위한 대책인 ‘연대납세의무’에 대해서는 적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제 합리화가 세수보다 우선돼야"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과 공동으로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는 정부의 유산취득세 도입에 맞춰 상속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전문가 및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세연을 비롯해 세무사회, 공인회계사회, 학계, 언론,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 약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조세 전문가들은 대부분 유산취득세 도입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핵심 논의는 상속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였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 및 공제 제도 변경을 담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매년 약 2조원의 상속세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상속세는 8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2000년 4000억원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국세에서 상속세 비중은 2000년 0.5%에서 2023년 2.5%로 5배나 높아졌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라 곳간이 비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상속세의 ‘세제 합리화’가 세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기존 상속세 과세 방식인 유산세는 국제 기준이나 현재 경제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현행 제도로 얻는 세수보다는 개편을 통해 얻는 조세 합리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현행 상속세는 과세 형평에 어긋나고 불합리한 방식으로 걷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세수 부족을 이유로 이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세수가 줄어드는 주요 요인은 과세 방식인 유산취득세보다는 공제 제도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전환은 정부안대로 추진하되, 공제 및 세율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번 상속세법 개정안은 자녀공제를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중교 연세대 교수는 “유산취득세 전환이 세수 감소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수중립을 유지하려면 소득이 증가한 상속인이 많아야 하므로, 국민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정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세수 감소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산취득세 도입은 상속세 과세 체계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세수 감소는 불가피한 대가”라고 강조했다.

연대납세의무 최소화 vs 상속세 확보

유산취득세에서는 연대납세의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재부는 연대납세의무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상속인 간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특정 요건에서 제한적으로 부과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상속인들이 각자 상속세를 부담하되, 무자력자가 있을 경우 국세청이 징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나머지 상속인이 연대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상속인 A와 B가 있고, B가 세금 체납이나 금융 부채로 인해 납세 능력이 없다면, A가 B의 상속세를 대신 납부해야 할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받은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내는 방식인데, 다른 상속인의 체납분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유산취득세의 취지보다는 정부의 조세채권 확보 편의에 초점을 둔 제도라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공인회계사회 위원은 “상속인 간 고의적인 조세 회피가 아닌 경우에도 타 상속인에게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상대방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를 대신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정당성이 결여되며, 조세 명확주의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5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여야 간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법안에 공감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세수 감소 및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건영 기재부 조세개혁추진단장은 “프랑스와 일본도 유산취득세 방식에 연대납세의무를 두고 있다. 현재의 증여세에도 이 제도가 존재한다”며, “유산취득세는 '받은 만큼 낸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하는 제도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준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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