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월 한달 동안 수요예측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총 40곳에 달한다. 수요예측 목표 금액만 5조8100억원에 달한다. 증액물량까지 더하면 규모는 8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4월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이 3조125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발행 금액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올해 기업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분주하다. 부진한 주식시장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비교적 안전한 채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SK, 롯데, CJ, 한화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3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이달 16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CJ제일제당은 최대 6000억원의 증액발행을 검토중이다. CJ대한통운도 15일 최대 400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2일 진행하는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을 4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수요예측 흥행시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발행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사도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NH투자증권은 오는 15일 2500억원 회사채, 우리금융지주는 29일 2700억원어치 영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역대급'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 준비에 나서는 데는 관세충격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반면, 국고채 금리는 하락하고 있어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7일 연 2.405%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월 23일(연 2.426%) 이후 약 3년여만의 최저치이다. 트럼프 관세 여파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2일~7일 총 3거래일 동안 17.9bp(1bp=0.01%p) 하락했다. 회사채 금리 AA- 기준(무보증 3년물) 이달 1일 연 3.1%대에서 이달 7일 연 2.9%대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해방의 날' 연설에서 발표한 고율 관세 정책의 영향이 결정적 영향으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연설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도 25%의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채권 금리 하락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황지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금리 하락세가 5월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의 선제적 회사채 발행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성장과 물가에 대한 기대치가 더 낮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크게 낮아졌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5% 수준이며 주요 IB에서는 1.2%까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전망치는 올해 물가흐름과 환율 등을 고려하면 상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조기대선 결과에 따라 추경이 본격화하면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조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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