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정책 각국 대응은
멕, 마약·불법이민 정책에 협조
정면대응 대신 공급망 재편나서
加, 美 현지 언론 활용해 압박
日, EU 등과 연대로 전략 전환
멕, 마약·불법이민 정책에 협조
정면대응 대신 공급망 재편나서
加, 美 현지 언론 활용해 압박
日, EU 등과 연대로 전략 전환
![대화 나선 멕시코, 실리 챙겨… 투자 늘린 日, 관세 못 피해 [통상 컨트롤타워가 없다 (2)]](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8/202504081813360800_l.jpg)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와 함께 다시 불붙은 관세전쟁에 세계 각국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수출입 품목을 조정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를 상대하는 법'에 대한 노련한 감각이 국가별 대응 속에서 엿보인다는 평가다. 관세 자체보다는 정무적 해법과 타이밍 조절, 물밑협상의 디테일이 성패를 가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트럼프 자존심 지켜주고 실리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폭격이 재개된 뒤 외교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응국가는 멕시코다. 현재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체제는 전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구축한 대미 무역전략의 기조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은 트럼프 2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던 지난해 중반부터 이미 미국과 충돌을 피하면서도 실리를 확보하는 이른바 '정중하되 단호한 거리두기'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민, 마약 협력 등 정치 민감도를 낮춘 채 조용한 공급망 다변화와 농산물·부품 수출경로 재편을 병행한 점이 주효했다.
이 전략은 셰인바움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크게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공식 성명에선 비판을 자제하면서도 현장 단위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세부 수입조건 조정, 중남미·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 확대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해 별다른 비난 없이 '협조적인 파트너'라며 이례적으로 긍정적 언급을 내놨다. 관세 조치도 보류된 상태다.
■캐나다, 미국 내 여론에 압력
캐나다는 최근 총선 이후 마크 카니 신임 총리가 취임했지만 대미 무역전략 측면에서는 전임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설계한 '이벤트 활용형 압박 전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트뤼도 전 총리는 트럼프의 정치적 리듬에 맞춰 타이밍 조절에 능했고, 특히 에너지 협력이나 기후정책 등 다른 분야를 지렛대로 활용해 관세 대응 지형을 넓히는 방식을 주도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캐나다는 맞불 관세보다는 주요 7개국(G7), WTO 등 다자무대에서 '미국 고립론'을 조명하며 여론전을 이끌었다. 이 같은 접근법은 현 카니 총리 체제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최근엔 북미 배터리 공급망 협의체를 활용해 미국 기업이 자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미국 내 중서부 주지사들과 직접 접촉을 늘리며 워싱턴 중심주의를 우회하려는 외교전술도 포착된다.
캐나다는 보복 대신 미국의 정치지형과 지역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간접 공격형 전략'으로 대미 무역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에 대해 "미국에 이익만 보는 나라"라고 비난했지만, 관세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있어 실질적 충돌은 피하고 있다. 캐나다가 미 의회와 주정부를 활용해 간접 압박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본·대만, 견제로 전환 시도
일본과 대만은 트럼프의 압박에 대해 여전히 '직접 충돌 회피'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가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서 관세 압박을 재개하자 즉각 방위비 협상 재가동과 엔화 약세 용인, 현지 공장 투자 확대 등의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역시 TSMC의 미국 내 투자계획 조정을 재검토하며 협조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트럼프 설득에는 사실상 실패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일본은 최근 WTO 규범 강화, 인도·EU 등과 통상연대 확대 등을 통해 다자주의 질서를 활용한 우회 견제로 전략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직접 설득보다는 국제 여론전을 통한 간접 압박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대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한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동맹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면제해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마 요코 일본 국립정책학연구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이 세계 체제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뭉쳐 협력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 트럼프' 관세동맹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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