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무부가 암호화폐 기업들의 범죄혐의에 대한 검사들의 기소 권한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도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전략자산으로 규정하고 육성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따라 암호화폐가 범죄에 동원되더라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제한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트럼프 장남을 비롯해 트럼프 일가가 암호화폐 산업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가운데 이런 조처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암호화폐 범죄 수사를 대거 축소하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법무 차관 토드 블랑쉬가 7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 따르면 법무부는 더 이상 “최종 사용자의 행위”를 이유로 거래소, 딜러, 서비스 업체, 전자지갑 제공업체에 대해 기소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 검사들은 암호화폐가 돈세탁, 또는 이란이나 북한처럼 미 제재를 받는 나라 사람들에 의해 사용됐을 경우 해당 암호화폐 스타트업을 기소하곤 했다.
새 정책에 따르면 법무부는 트럼프의 암호화폐 친화정책에 맞춰 기소를 대거 축소한다.
앞서 트럼프는 1월 자신의 2기 행정부가 암호화폐 산업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산업은 그동안 빈약한 투자자 보호, 불법 자금 규정 등으로 인해 규제당국과 검찰의 지속적인 규제와 기소에 직면해왔다.
그러나 새 정책에 따르면 미 법무부 검사들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대부분 기소가 금지된다. 돈세탁 금지법을 위반하건, 암호화폐를 증권이나 금융 파생상품과 같은 정도로 간주해 규제하는 규정을 위반하건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없다.
블랑쉬는 메모에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기간 암호화폐 산업이 불공정한 수준의 감독을 받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런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WSJ은 2023년 기소된 소프트웨어 개발자 로먼 스톰 사건을 예로 들었다.
스톰은 암호화폐 서비스 업체인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미 제재를 받는 북한 사이버범죄 조직을 비롯해 범죄자들이 10억달러가 넘는 불법자산을 돈세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오는 7월 재판이 예정된 스톰은 그러나 자신이 부당하게 기소됐다며 제3자가 자신의 사이버금융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기소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스톰측 변호인은 “블랑쉬 메모는 이번 사건 기소 철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은 애초에 기소돼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블랑쉬 메모에 따르면 검찰은 스톰 사건과 같은 사건은 처음부터 기소해서는 안 된다.
블랑쉬는 메모에서 법무부가 불법 자금 운용과 연관된 개인, 기업은 끝까지 추적하겠지만 “이런 기업들이 이들의 불법 행위에 이용됐다는 이유로 해당 플랫폼을 추적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렇게 되면 돈세탁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시인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또 이미 교도소에서 4개월을 보낸 자오창펑 창업자 등의 사건도 재조명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바이낸스처럼 불법 자금 거래와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비트멕스 창업자들을 사면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방향을 틀고 있다.
SE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암호화폐 산업이 투자자 보호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기소했던 사건들을 기소 철회했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에 대한 기소도 이 과정에서 철회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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