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미국이 9일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초비상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수출이 510억 달러(약 74조 6000억 원)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관세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영역이어서 정부의 대미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계는 25% 상호관세를 제로(0)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일본 등 주요 경쟁국보다는 낮춰주길 희망하고 있다.
한덕수, 트럼프와 통화…한미 '패키지 협상' 본격 돌입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9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전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간 통화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양국 정상 간 첫 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한 권한대행과 관세,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알래스카 합작투자, 방위비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통화 후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관세 협상에서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을 우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양국은 곧바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맞대응 대신 협상하겠다고 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활동에 돌입했다. 정 본부장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목표는 상호관세를 아예 없애는 것이지만, 어렵다면 일단 낮춰가야 한다"며 "조선, LNG, 무역 수지 조정 문제 3가지가 미국과 협의해야 할 핵심 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중 개별 상호관세 조치는 이날 오후 1시 1분(한국시간) 발효됐다. 25%의 상호 관세가 계속 부과되면 한국의 연간 수출액 피해는 51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애스턴대 조사 결과를 인용한 내용을 보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수출은 7.5%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680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510억 달러(약 74조 6000억 원) 이상 감소한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시급한 대책이 필요해진 셈이다.
美 관세정책에 2분기 실적 불투명…"협상 지켜본다"
당장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 역시 2분기 최대 변수로 관세 폭탄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6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LG전자 역시 이 기간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인 22조 744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2분기 실적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대미 협상에서 성과가 나오길 학수고대하는 이유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문제는 개별 기업이 할 수가 없는 문제로 결국 정부가 풀 수밖에 없다"며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업들은 정부에서 자료를 요구하면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일단은 협상할 것 같으니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쉽사리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에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면서도 "단계별로 접근해 미국 측과 원만한 협의를 끌어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양국이 단순히 상호 관세 문제뿐 아니라 경제와 안보를 총망라한 주요 사안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이 생각보다 높고 가짓수도 많다"며 "(우리) 정부도 한꺼번에 관세를 면제하는 수준까지는 어렵다고 하고 있기에 조속한 시일 내에 일차적으로 경쟁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관세를 낮춰주면 우리 기업에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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