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쯤 익숙한 뉴스가 나온다. 막대한 실적을 낸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세금은 지나치게 적게 낸다는 지적이다. 환상적인 절세 테크닉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깔린다. 하지만 억울한 케이스도 있다. '외국계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그렇다.
과도한 이익에 대한 기준은 뭘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익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이익의 용도다. 세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첫번째 질문, 우아한형제들은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가.
배민은 지난해 번 돈으로 1834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3년간 배민이 낸 법인세 납부액은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코리아의 경우 매출액 7조8376억원을 기록하고도 법인세는 825억원을 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191억원), 넷플릭스코리아(36억원) 등 다른 글로벌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배민의 세금 기여도는 눈에 띄게 높다.
배민의 매출 대비 법인세 비율은 애플, MS의 5배에 달한다. 왜 그럴까? 많은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에서 번 수익을 다양한 비용 처리방식으로 모회사로 이전하며 국내 법인세를 최소화한다. 애플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90%를 넘기면서 법인세 부담이 확 줄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국내 발생 수익을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처리해 세금을 낮춘다. 절세도 이윤추구의 한 방편이다. 합법이지만 비판의 소지는 있다. 반면 배민은 있는 그대로의 이익을 내고, 이에 합당한 세금을 낸다. 세금 이슈로 입방아에 오른 적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착한 영업이익'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
두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배민은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환원하는가.
배민은 지난해 3월 "2030년까지 외식업주 성장과 라이더 안전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뒤 배민은 경기 하남에 라이더를 위한 안전교육 시설 '라이더스쿨'을 설립했다. 자영업자를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도 총 3700건 이상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약 30만명에 달하는 외식업주가 혜택을 받았다.
배민의 사회환원 방식은 필자가 보기에 합격점이다. 두가지 관점에서 그렇다. 배민은 수익에 대한 사회환원 약속을 제때 이행한다. 또한 자신의 업무영역과 연계된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기여를 만들어낸다. 향후에도 독자들은 배민이 약속을 이행하는지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번째 질문, 배민의 사업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배민이 성장한 지난 3년간 국내 음식배달 시장은 50% 이상 확대됐다. 시장 규모는 2020년 17조원에서 2023년 26조원으로 성장했다. 일부 업주들은 수수료 구조를 이유로 배민을 비판한다. 하지만 배민 같은 플랫폼 덕분에 식당들의 배달 기회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영세 업주들이 높은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를 감내할 수 있었던 건 배달앱을 통해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업주들이 굳이 플랫폼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고정비가 높은 외식업에서 배달 플랫폼이 만들어낸 새로운 수익 창구는 외식 창업의 벽도 어느 정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다시 배민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자. 배민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14.8%다. 글로벌 경쟁사인 도어대시(17.8%)나 우버이츠(17.5%)보다 낮다. 그럼에도 유독 배민에만 이익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사회환원과 재투자까지 하는 기업을 따뜻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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