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3국 통상장관회의 개최
FTA 협상재개 추진 등 급물살
체결땐 EU 뛰어넘는 시장 열려
美에 대응할 강력한 카드 될수도
3국간 얽힌 이해관계는 걸림돌
FTA 협상재개 추진 등 급물살
체결땐 EU 뛰어넘는 시장 열려
美에 대응할 강력한 카드 될수도
3국간 얽힌 이해관계는 걸림돌
![트럼프 보란듯 뭉친 한중일… 경제블록화로 위기 넘을까 [통상 컨트롤타워가 없다 (3)]](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09/202504091821050749_l.jpg)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상호관세 부과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라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2019년 이후 협상이 중단됐던 한중일 FTA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3국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갈등, 국민정서 등으로 최종 타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맞서 한국이 '미국 없는 경제'를 구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최대 규모 경제블록 형성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중일 FTA 협상 재개 추진을 합의했다.
3국 간 장관회담이 개최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5년여 만이다. 3국 간 장관회담이 중단됐던 것은 상호 간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을 내렸고, 이에 따른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도 커졌다. 일본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독도, 위안부 등에서 갈등이 계속됐다.
이러한 갈등에도 3국이 다시 모인 것은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중일 FTA라는 경제블록화에 성공한다면 유럽연합(EU)을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중국·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하면 23조7203억달러로, EU의 명목 GDP 약 18조6000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WTO 기준 지난해 1~9월 수출 상위 10대 국가에 3개국 모두 포함됐다는 점에서도 한중일 FTA(1위 중국, 5위 일본, 6위 한국)의 의미는 크다. 미국의 전방위 관세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적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경제적 이해관계 얽힌 한중일
3국 간 FTA 논의가 무산된 또 다른 이유로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2016년 10차 협상까지 진행했고, 당시에는 협정 범위와 개방 수준까지 논의했다. 하지만 한중일은 모두 제조업 강국으로,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핵심 수출산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서 심각한 열위에 있었던 만큼 일본과의 FTA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FTA 체결 당시에도 중국산 농산물의 무관세 유입에 우리나라는 소극적이었다. 섣부른 계약이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1기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것도 한중일 FTA 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우방으로 여겨왔기에 한중일 FTA 추진과 관련,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논의는 미뤄졌다.
■한중일 FTA 논의 자체가 긍정적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중일 FTA에 대한 부정적·긍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 시각으로는 한중일 간 이해관계나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한중일 FTA는 결코 체결할 수 없는 목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겨 있으며, 미국·한국·일본 간 동맹의 결속을 약화하려는 '쐐기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긍정적 평가로는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일종의 지렛대로 FTA 논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된다. 쉽게 뭉치기 어려운 한중일이 FTA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과의 향후 무역협상에서 긍정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2020년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한중일 모두가 가입돼 있는 만큼 과거와 달리 FTA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주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보다 더 친미 성향이 강한 일본조차 한중일 FTA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미국이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인 만큼 한중일 3국이 전략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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