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서 수사기관 피신조서 증거 채택 논란
결정문서 전문법칙 이견…"완화해야" vs "엄격해야"
학계 "헌재·법원 판단 충돌" 우려…법 개정도 조언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참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전원 의견 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2025.04.04.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0800350011_l.jpg)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지난 4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 적용해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문제가 법리적 쟁점이 됐다.
헌법재판관들은 윤 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했지만 전문법칙 완화 적용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제기된 탄핵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문법칙 완화 적용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尹 탄핵심판서 수사기관 피신조서 증거 채택 논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란 '공범' 혐의를 받는 인사들의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 증거 채택 여부를 놓고 재판부와 윤 대통령 측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법 40조 1항은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정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을 적용해 변호인 입회 아래 진술이 이뤄졌고 본인이 서명하는 등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면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왔다.
윤 대통령 측은 피신조서 증거 채택에 반발하면서 헌재가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문법칙은 서면이나 제3자 진술 등 전문증거는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되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할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헌재는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했던 선례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202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 내용을 부인하면 피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바뀌었다. 공범에 대한 피신조서도 개정 사항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은 일부 증인들의 수사기관 피신조서에 담긴 진술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만약 탄핵심판이 아닌 형사재판이었다면 이들의 피신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또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심판정에 출석하지 않았던 다른 관계자들의 피신조서도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법정에서 반대 신문을 통해 확인한 후 증거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변호인 진술 입회 및 확인을 거쳤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방해하고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했다. 윤 대통령 측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던 증인들의 피신조서를 증거로 인정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서울=뉴시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탄핵 소추 111일, 변론 종결 38일 만이다.사진은 지난해 3월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윤 전 대통령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4.04.04. photo@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0800392583_l.jpg)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형사소송법 완화 적용 문제에 대한 재판관들의 치열한 공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동의했지만 보충의견을 통해 이견을 나타냈다. 보충의견은 재판부의 결론에 의견을 같이 하나, 일부 법리 등을 두고 다른 입장이 있을 경우 덧붙이는 내용이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에서 전문법칙에 관한 형사소송법 조항들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며 "(대통령) 권한행사의 정지로 인한 국정공백과 혼란이 매우 크므로 신속한 심리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된다"고 했다.
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고위공직자인 피청구인이 그 직위에 따라 부여 받은 고유한 의무와 책임을 고려해 그의 직무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해 그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라며 "형사재판과 같이 '공범'의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피청구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그 진술과정이 영상 녹화된 조서 또는 진술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했고 그 변호인이 진술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확인한 조서에 대해선 증거로 채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앞으로는 탄핵심판 절차에 있어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재판관은 만약 이 조항이 탄핵심판에 그대로 적용됐을 경우에는 "피청구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일부 조서의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부인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탄핵심판절차의 공정성 강화는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결정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제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2025.04.07. kmn@newsis.com](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4/10/202504100800401754_l.jpg)
헌법학자들은 전문법칙 완화 적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경우 헌재 결정과 법원 판단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소송 중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 것은 탄핵심판 뿐이다. 탄핵심판의 경우에만 법원의 형사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논란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헌재 결정과 법원의 재판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필요하면 헌재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와 국회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법의 명문으로 규정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며 "헌재법에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절차적 적법성이 인정되면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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