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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선, 달콤한 약속이 남발되는 시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0 18:15

수정 2025.04.10 18:32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어쨌든 결론은 났다. 그리고 조기대선의 시간이 왔다. 정치인과 정당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결집된 세를 유지하면서 판세를 뒤집기 위해 혹은 분위기를 굳히기 위해 탄핵과 대선의 시간을 뒤섞으려 할 것이다. 그럴 때가 아니다. 게다가 서로 다른 두 나라 간의 전쟁도 아니고, 우리 국민이 계속 분열의 상태로 서로를 증오하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로를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난제들을 풀어갈 때다.



정치인과 정당은 '선거는 이기고 볼 일'이라고 한다. 권력의 쟁취가 정치인과 정당의 존재 이유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자주,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해 달콤한 약속이 남발된다. 실상 그 약속이 우리 사회와 미래를 좀먹는 것일지라도.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의제와 정책만으로는 피아의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선명성을 더 높여줄 의제와 정책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선거철에 나타나는 소위 '핫'한 의제들은 많은 경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채로 공약집에 들어간다. 정말 중요한 의제라면 십중팔구 사회적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을 것이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아서 동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제들은 어느 정도 식상하고 정치적 선명성도 드러내지 못한다고 공약의 실질적인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반면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의제는 참신하고 유권자의 눈길을 끌기 쉽다. 일부 지지자와 일부 무당층 유권자에게만 달콤한 약속들은 사회적으로 지향할 만한 것이 아니기에 심각하게 논의된 적도 없을 것이다. 일견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으로 급조된 약속들도 그렇게 참신한 공약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정치인과 정당이 달콤한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뽑을 지도자가 올바른 의제와 정책으로 우리를 설득하도록 이끄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나를 포함한 일부의 국민에게만 달콤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지켜진다 해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잠시의 정권에 기대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 대가로 우리 사회와 미래세대가 많은 것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일부에게만 달콤한 약속의 전형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책 방향은 정권이 바뀌면서 180도 달라졌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또 어떤 정책 방향을 보게 될까. 의대정원은 새 정부에서 어떻게 될까. 어떤 정책의 장단점에 대한 사회적 검토와 합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될 것인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백지화되거나 정책 방향이 180도 뒤집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부 지지자의 귀에는 솔깃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정책이기 때문은 아닐까?

중요한 문제는 풀기 어렵다.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들은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좋은 해결책을 찾는 유일한 길은 시간을 들여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대선의 시간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에 좋은 때이다. 표를 생각하면 지지자들의 의견만 듣겠지만, 그 문제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지지자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대통령이 된 후 해결책을 직접 내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해결책을 찾는 일에 자신의 기여를 보탤 수 있도록 이끌고 지원하는 일이다. 임기 5년으로 충분치 않다면 다음 대통령이 받아서 하면 될 일이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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