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美관세 유예, 시나리오별 협상안 더 치밀하게 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0 18:16

수정 2025.04.10 18:16

미국내 반발 탓에 트럼프 생각 바꿔
정권교체기 한국, 신중한 협상 필요
1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화상
1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화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실행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게 엊그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부과한 지 13시간여 만에 말을 뒤집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키로 하면서 주요 증시가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우리도 90일간 상호관세를 10%만 적용받는 유예기간을 갖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압박에 수세에 몰린 한국으로선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90일 유예가 무기한 유예가 아닌 이상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유예에서 혼자만 쏙 빠진 중국보다는 낫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90일 유예로 선회한 건 다른 국가들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했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자국 중심주의 기조가 변한 건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운 상호관세 플랜의 내부적 결함 때문에 스스로 후퇴했다고 보는 게 맞다. 관세 부과를 밀어붙일 경우 물가상승으로 미국 내수경제가 악화될 것이란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민들도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기를 드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90일 이후에 다시 미국이 상호관세를 시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단 우리는 90일의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미국을 상대로 어떤 협상을 할지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한숨 돌리며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지금보다 더 큰 비용이 적힌 트럼프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미국에서 요구할 맞춤형 카드를 읽어내 대처방안을 찾는 등 해야 할 일은 하나둘이 아니다.

90일 유예기간은 공교롭게도 우리의 대선 기간, 새 정부 출범 시점과 맞물려 있다. 미국에서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한시적인 과도정부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한 대행과 합의안을 만들어도 새 정부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우리도 서둘러 협상을 타결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해서 새 정부에 바통을 넘기는 게 맞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러놓고 면박을 준 사건이 떠오른다. 한 국가 수장의 정통성과 신뢰도를 문제 삼아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손쉬운 압박의 상대로 다뤘던 트럼프의 태도를 곱씹어봐야 한다. 바이든 정부 시절 한국과 합의했던 방위비 분담 문제도 손바닥 뒤집듯 바꿔 딴소리를 하는 것도 그런 태도다.

정권 교체기의 우리로선 유예된 90일을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협상력은 아무래도 열세다. 반대로 새 정부의 출범 이후에는 길었던 국정공백으로 미국의 압력과 요구에 대응력을 100%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관세 부과품목에 반도체나 바이오 등을 추가하고 경제와 외교 안보 이슈를 패키지로 협상하자고 할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지금부터 최선의 대비를 하기 바란다.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