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철강 '초격차' 스페셜티 확대 올인…中 저가·美 관세 넘는다

뉴스1

입력 2025.04.13 07:11

수정 2025.04.13 11:56

현대차그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뉴스1
현대차그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철강업계가 중국의 저가 제품 범람과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 방안으로 스페셜티(고부가 소재)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었던 범용 제품군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다.

특히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품목 관세도 스페셜티 필요성을 부추기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미국 시장에선 관세 25%란 동일선에서 경쟁해야 한다. 과거 K-철강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연간 263만 톤의 무관세 혜택을 대신할 신무기로 스페셜티를 낙점한 셈이다.



현대제철, 초고강도 자동차용 강판 공급 확대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가동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에서 초고강도강 전기차용 강판을 가공해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다.

스페셜티로 불리는 초고강도 자동차용 강판은 차체 고강도화와 경량화를 동시에 이뤄낸 소재다. 기존 차량용 소재로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과 비교해 높은 강도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초고강도강 소재의 자동차용 강판은 경량화와 충돌 안전성을 모두 충족한다. 현재 연간 자동차 20만 대 분에서 향후 40만 대 분까지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 비(非)현대차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스페셜티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범용만으로는 실적을 내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에 빠져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37조 5600억 원, 영업이익 1조 4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 29.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3조 2261억 원, 3144억 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0.4%, 60.6% 줄어든 실적이다. 지난 2월 정부가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 강판)에 최대 38%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중 철강 무역장벽을 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도 스페셜티 강화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에 철강을 수출할 때 연간 263만 톤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았다. 지난달부터 철강에 품목 관세 25% 적용으로 K-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예년과 비교해 떨어졌다. 과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가격 경쟁력을 대신할 무기로 스페셜티가 거론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도 스페셜티는 필수다. 미국이 중국에 125%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미국에서 팔리지 못한 물량이 유럽과 아시아 등 한국의 주력 수출국에 쏟아질 수 있어서다. 중국의 저가 범용 제품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스페셜티란 차별화 전략은 필수다.

현대제철은 조선업계와도 손을 잡았다. 올해 HD현대그룹과 LPG(액화석유가스)·암모니아 운반선용 후판을 생산한다. LPG‧암모니아 운반선은 액화 물질 저장을 위해 극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 후판을 적용하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 1년에 걸친 공동 연구로 외부 충격에 버티는 능력과 용접성을 키웠다.

美, 통상 무역 카드로 LNG 활용…포스코, 고망간강 시장 확대 기대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신소재인 고망간강을 개발했다. 고망간강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송하거나 저장하는 탱크와 LNG추진선(LNG를 연료로 사용)의 연료탱크 제작에 쓰인다. 망간은 매장량이 풍부해 기존 LNG 탱크 제조에 쓰이던 9% 니켈강보다 가격은 30% 저렴하면서도 강도는 높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LNG를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다. LNG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포스코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LNG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1.6%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고망간강의 수요 확대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국제강도 스페셜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고부가 철근(DK Green Bar)과 형강(D-Mega Beam) 신사업을 시작했다. 디케이 그린바(DK Green Bar)는 코일·내진·극저온 철근을 잇는 특수 철근 신제품이다. 기존 철근과 비교해 부식과 강도가 우수하다. 무게도 적게 나가는 데다 탄소배출도 적어 친환경 제품으로 불린다. 디-메가빔(D-Mega Beam)은 맞춤형 형강 제품이다. 규격 제한 없는 만큼 맞춤형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 품목 관세 25%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현지 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고급 철강재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관세 폭탄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