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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이 단일 업계로는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규제 조치를 승인하면서 글로벌 '해운 탄소세' 제도가 도입된다. 오는 2027년부터 상반기 총톤수 5000t 이상 국제 항해 선박은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국내 조선·해운업계는 탄소세가 t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천천히 운항해야 하는 경우 투입되는 선박이 늘어나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IMO는 지난 11일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선박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탄소세는 5000t 이상 선박이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 t당 380달러(약 52만원)이 부과된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나 자국민 이익에 과도하거나 불공정한 부담을 지우는 국제 환경 협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회의를 탈퇴하면서 합의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비공식 회의와 물밑 중재 등을 거친 뒤 위원회 마지막 날 극적 승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안은 IMO 해양오염방지협약 개정안에 포함돼 오는 10월 IMO에서 채택된다. 이후 오는 2027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해운업계에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조선업계에서는 t당 100달러 이상 강도로 탄소세가 채택되면, 친환경 및 노후 선대 교체 발주 유도 등으로 국내 조선 3사의 계약 선가가 상승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해운 탄소세가 t당 100달러 수준으로 책정되면 올해부터 2050년까지 매년 글로벌 해운업계가 노후 선박 교체 등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최대 600억달러(약 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탄소세 규제를 충족하려면 신규 선박 발주와 더불어 기존 선박에도 친환경 설비가 추가 탑재돼야 한다"라며 "당장 규제가 적용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조선업에는 호재"라고 말했다.
국내 해운업계에도 악재보다는 호재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글로벌 해운사인 HMM은 이미 기존 보유한 재래식 선박의 연료를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고, 친환경 메탄올 추진선 도입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해운 운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친환경 선박 도입이 늦어지는 해운사들은 화물선을 천천히 운항하는 방법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화물선 속도가 느려지만 운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선박 규모가 커질 수 있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지난 11일 기준 1392.78로 지난해 7월 고점(3733.80) 대비 62%나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세가 도입되면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배를 천천히 운항하는 경우가 늘고, 이에 따라 투입되는 선박이 늘어나게 돼 운임이 상승해 해운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라며 "최근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밀어내기 수출'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도 운임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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