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시대' 파리 여행 간 미국인… 성조기를 가렸다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4 05:40

수정 2025.04.14 05:40

美관광객들, 캐나다 국기 옷핀 챙기고 뉴욕 양키스 옷은 호텔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미국 오리건주 더댈러스 출신의 바바라와 릭 윌슨 부부는 프랑스 파리의 튈르리 정원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산책을 즐기기 전 특별한 작업을 거쳤다.

프랑스 여행은 처음이라는 74세의 릭은 "정말 끔찍하다, 끔찍해. 정말 끔찍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검은색 테이프 조각을 자신의 야구 모자 모서리에 붙였다. 성조기 깃발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상호관세 조치를 취한 뒤 미국인으로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당혹감을 고스란히 담은 말이었고 성조기를 가린 이유였다.

아내인 70세의 바바라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캐나다 국기 모양의 핀을 주머니에 챙겼다.

"저는 우리나라에 실망했고 관세 때문에 화가 났다"면서 "추가적인 계략이 필요할 때 이 옷핀은 유용할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사람들이 우리를 다르게 대할 수도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윌슨 부부처럼 트럼프 취임 후 다른 나라를 찾는 미국인 관광객들이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만난 뉴욕에서 온 56세 변호사 크리스 엡스는 "오늘 투어에는 조금 다른 옷을 입기로 했다"면서 "뉴욕 양키스 모자는 호텔에 두고 왔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다르게 대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BC는 그동안 파리에서 미국인 관광객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었지만, 이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파리 사람들이 미국인들의 우려와 달리 이전보다 그들을 덜 환영하는 징후도 없었다.

다만 미국의 관세폭탄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내 달라진 건 분명 있다고 했다. 특히 여행, 관광 등에서 눈에 띄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여행 가이드북 '르 가이드 뒤 루타르'의 창립자인 필립 글로겐은 "올해 들어 미국 여행책 주문이 25%나 줄었다"면서도 오히려 고객들의 선택에 반색했다.

그는 "제 고객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들은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매우 민주적"이라며 "프랑스 독자들은 독재자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미국을 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고객들은 미국에서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대신 캐나다와 다른 나라에 대한 책 판매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행 업계의 최근 데이터는 프랑스 내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을 방문하는 프랑스인 수가 지난해보다 8.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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