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미국 국채 금리가 일주일 사이 최대 폭으로 치솟으면서(채권 값 폭락) 미국 채권 개미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미국 장기채 시장 변동을 두고 투자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p 오른 4.495%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20일(4.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4일까지만 해도 10년물 금리는 3.99%까지 내려간 바 있다.
국채 금리가 단기간 급등한 배경으로 증권가에서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 및 미국 재정적자 우려가 확산된 결과로 보고 있다. 여기에 9일(현지시간) 미 행정부가 갑작스레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미 국채 금리 변동성을 재차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미국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으로 미국이 고물가 시대에 진입했던 지난 2022년 당시 고점 수준을 넘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미 국채 금리 급등 현상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 보유국들이 미 국채를 매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 전쟁 하에서 중국이 미국채 매도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실제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는 지난 2010년대 초반 1조400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7000억달러로 절반가량 줄여오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125% 관세 맞불을 놓는 상황에서, 미 채권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가장 좋아할 주체도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발 변동성을 피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순매수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금리 급등 여파로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 국채 순매수액은 27억9016만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21억7008만달러) 대비 28% 늘었다.
다만 관세 불확실성이 잡히는 대로 미 국채 금리가 재차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 국내 투자자들이 미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지속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최근 일주일 간(4월 7~11일)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254억원, '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H)'를 20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기간 국내 채권형 ETF 중 개인 투자자 순매수 1, 2위 규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 모두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해 주의를 갖고 모니터링을 하는 만큼 금리 상승은 미 국채 장기물의 매수 기회"라며 "재차 금리가 상승할 경우 연준이 양적 긴축(QT)을 조기 종료하고 유동성 공급을 통해 채권 금리를 안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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