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모두진술 오전·오후 합쳐 79분간 직접 반박
주요 증언도 모두 부인...경고성 계엄 주장 이어가
주요 증언도 모두 부인...경고성 계엄 주장 이어가

[파이낸셜뉴스]민간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형사 재판 첫 공판에서 직접 79분간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그는 이번 계엄이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라며 군사 쿠데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파면된 후 10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을 열었다. 그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들어왔다.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검찰 진술 직후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설명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하도록 발언권을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 13분~55분까지 약 42분, 오후 2시 15분~52분까지 약 37분, 도합 79분 동안 검찰이 제시한 PPT를 한 장씩 짚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의 공소장이 너무 길다며 운을 뗀 윤 전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서 해제한 사건을, 조서를 공소장에 박아 넣은 듯한 이런 구성을 내란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주장한 '계엄 사전 모의' 내용에 관해 윤 전 대통령은 "사전 모의라고 해서 2024년 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체가 좀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계엄 선포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개념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 실시하고자 하는 계엄 실시가 아니었다는 것은 경과를 보면 너무나 자명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쿠데타나 군정 실시하는 데에 계엄령부터 선포한 적이 없다"며 "먼저 군대를 동원해서 선제적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나서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본인은 계엄 선포 뒤에야 질서유지 목적으로 군을 투입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이 공소장에 포함한 군·경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수사기관 진술이 헌재 심판정에서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다"며 "그런 것이 반영되지 않고 초기 내란 몰이 과정에서 진술한 게 검증 없이 반영이 많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점거 등에 관여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이런 상황에서 수사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고 정보사가 들어갔다는 것도 저는 몰랐다.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된 증언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 관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날을 세웠다.
또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어떻게 의원을 빼내라는 말을 하겠느냐"며 "(곽 전 사령관이) 처음부터 민주당이 조작한 것이 입에 베서 많은 사람의 웃음을 샀다"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았다고 알려진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에 대해서는 국회 해산 시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정치인 체포조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난센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을 "윤석열 피고인"으로 지칭하며 모두진술을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정 불안 상황을 인식한 상태에서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준비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방해했고 실제로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 등지에서 폭동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모습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법정 내부 촬영 허가를 하지 않았던 재판부는 이날 촬영허가 신청이 늦게 제출돼 이를 기각했다고 한 뒤 "추후 신청하면 허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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