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한국 전통 이야기 재해석…‘심청’의 속마음 들여다 본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4 18:03

수정 2025.04.14 18:03

국립극장-전주세계소리축제 공동 제작
창극단원 포함 130명 참여하는 대형극
요나 김, 창극 연출 위해 심청 설화 섭렵
독일·영국 동료들과 무대·의상 함께 작업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극본·연출 요나김과 박인건 국립극장장(왼쪽)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 '심청'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극본·연출 요나김과 박인건 국립극장장(왼쪽)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작 '심청'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극장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세계 공연계를 염두에 두고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을 공동 제작한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심청' 제작발표회에서 "한국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담은 우리 창극이 세계에 울려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청'은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해 총 130여명이 출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극본과 연출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요나 김이 맡았다. 그는 지난 20년간 '게노베바' '카르멘' '니벨룽의 반지 4부작'등 30여 편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를 선보인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판소리 기반 작품에 도전한다.

창극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리어'의 한승석이 작창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드는 최우정이 작곡을 맡았다. 또 요나 김과 꾸준히 협업해온 독일 창작진이 무대 미술에 참여해 현대적인 무대 미장센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대 의상인 한복 역시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과 협업한 팔크 바우어가 작업한다.

요나 김은 이날 유럽의 동료들과 고국인 한국에서 우리 창극을 연출하게 된 소감으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귀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경계"를 꼽으며 "오페라와 국악이라는 장르의 경계, 언어의 경계, 이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느낌"이라며 "경계선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설레고 기대되며, 동시에 약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페라와 판소리는 소리와 음악으로 인간의 이야기와 감정을 풀어내는 극예술이라는 점은 닮았다"고 부연했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위해 제 몸을 인당수에 던지는 심청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억압당했던 이 땅 모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다.

요나 김은 판소리 '심청가'뿐 아니라 심청 관련 다양한 설화를 모두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 고유의 이야기 같지만, 동시에 인류사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라며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나 엘렉트라처럼 희생하는 약자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또 "결국 인류의 이야기 구조나 패턴은 원형적인 형태로 서로 닮아있다고 느꼈다"고 부연했다.

이어 "심청은 희생하는 약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 사회 고정관념이 얼마나 서로를 힘들게 하고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비판적 접근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고전의 핵심적 가치는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요나 김은 "창작자에게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라며 "핵심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이야기 구조나 사건을 무리하게 바꾸기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오는 8월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이어 9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신진아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