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콜버트 ‘Hunt Study IV’
회화 기법, 현대 이미지와 겹쳐
낯설지만 익숙 ‘팝아트의 진화’
회화 기법, 현대 이미지와 겹쳐
낯설지만 익숙 ‘팝아트의 진화’

앤디 워홀이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는 그 정신을 21세기 시각문화로 확장시킨 작가다. 그는 넘쳐나는 이미지, 브랜드, 미디어를 예술의 언어로 바꾸며 회화의 틀을 유쾌하게 넘나든다.
화면 가득 펼쳐진 정신없는 이미지들, 낯익은 고전 회화의 장면들, 그리고 랍스터 슈트를 입은 기묘한 캐릭터. 필립 콜버트의 시그니처인 랍스터는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다. 그는 이 랍스터를 자신의 분신이라 여기며, 직접 슈트를 입고 등장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이미지 세계를 누비는 예술가의 또 다른 자아인 셈이다.
처음엔 장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작품에는 날카로운 시선과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그는 끊임없이 소비되는 이미지 속에서 감각이 무뎌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과잉 자체를 예술로 되돌려준다. 그렇게 탄생한 '랍스터 랜드'는 디지털 시대의 시각적 혼란을 유머와 색채로 풀어낸 환상의 세계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현대적인 이미지들 속에서도 콜버트가 '회화'를 중심에 둔다는 사실이다. 그는 전통 회화의 구성과 기법을 현대 이미지와 겹쳐놓고, 과거와 현재의 미학을 충돌시키며 새로운 감각을 만든다.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회화라는 고전 매체의 힘을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필립 콜버트는 랍스터 가면을 쓴 철학자다.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고, 당연했던 것을 의심하게 만든다.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그의 세계는 지금 이 시대 시각문화에 던지는 통찰이자 팝아트의 또 다른 진화다. 이번 4월 경매 출품작은 바로 그 세계를 응축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손이천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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