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매일 더러운 양말 냄새를 맡는 습관 때문에 폐에 심각한 곰팡이 감염이 발생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5일 영국 데일리메일, 중국 화롱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충칭에 사는 남성 A씨는 심한 기침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A씨의 오른쪽 폐에 심각한 감염 징후가 발견됐다. 의료진은 “CT와 MRI 등 검사를 진행한 결과 환자의 오른쪽 폐 아래쪽에서 병변을 발견했다”면서 "섬유조직을 검사한 결과 아스페르길루스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평소 양말을 벗은 후 냄새를 맡는 버릇이 있다”며 자신의 독특한 습관에 대해 말했다.
의료진이 A씨의 양말을 검사해보니 실제로 환자의 폐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 균이 발견됐다. A씨가 매일 자신이 신었던 양말의 냄새를 맡으면서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 포자가 포함된 먼지를 폐로 흡입해 감염된 것이었다.
중국 육군의과대학부속 서남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 량페이창은 "오랜 시간 신발을 신고 있으면 신발 내부가 습하고 따뜻해져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며 "이 상태에서 양말 냄새를 맡으면 곰팡이가 입과 코를 통해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고, 신체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진균성 폐렴 등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 예방을 위해 양말을 자주 갈아 신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충분히 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2018년에도 전해진 바 있다. 중국 푸젠성 장저우의 한 병원에 펑모(37)씨가 기침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했는데, 문진 결과 그 역시 평소 신고 있는 양말 냄새를 맡아 보는 버릇이 있었다.
당시 주치의 마이주안잉 박사는 “환자가 고된 육아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면역력이 약해진 것도 감염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면역력 저하된 환자나 기존 폐질환 있는 사람에게는 위협적
아스페르길루스는 누룩곰팡이에 속하는 곰팡이로, 부패한 식물이나 습기가 많은 의류, 양말, 실내 환경에서 서식한다. 건강한 사람은 이 곰팡이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더라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나 기존 폐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곰팡이다.
아스페르길루스증의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객혈(혈액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 △고열 △원인 모를 체중감소 등이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폐렴이나 폐에서 출혈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장이나 뇌 등 다른 신체 부위로 감염이 퍼질 수도 있다. 피부 상처를 통해 침투하거나, 눈이나 코 등에 감염되면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서 사망률이 최대 88%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은 주로 조혈모세포이식, 장기이식, 항암치료,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자에게 발생한다. 폐를 중심으로 시작해 혈류를 타고 전신에 퍼질 수 있다.
아스페르길루스증을 유발하는 곰팡이는 자연 환경에 널리 퍼져 있어 완전히 피하는 것은 어렵다. 면역 저하 상태일 경우에는 △건설 현장이나 먼지 많은 장소 피하기 △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 사용 △정기적인 필터 청소 및 에어컨 관리 △고위험 환자는 예방적 항진균제 복용 △병원 내 감염 예방을 위해 병실 공조 시스템 관리 철저히 등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기 인식, 빠른 진단, 적절한 치료다. 특히 항암치료 중이거나 이식 수술을 받은 경우, 혹은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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