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 15일 0시부터 한국 민감국가 제재 발효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발효한 '민감국가' 제재 이슈가 결국 6·3 조기대선을 통해 출범하는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새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해 '비핵화' 기조 강화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화된 '핵 자강론'이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요인 중 하나로 손꼽혀왔기 때문이다.
15일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DOE)의 '민감 국가' 제재 조치가 이날 0시부터 공식 발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동으로 대미 협상에 나섰지만, 민감국가 해제를 도출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앞으로 민감국가 해제를 위해선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관세협상에서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옵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전날 국회에서 "현재로서는 계속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혀 단기 해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것은 특대형 외교 참사다. 지난 1981년도에 우리가 민감국가로 지정된 뒤 해지하는 데 13년 걸렸다"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1980~1990년대에 한국은 핵 자강론, 계엄사태 등이 겹치면서 민감국가 제재를 장기간 받았다. 1981년부터 지정됐던 민감국가 해제를 위해 정부는 1993년 한미간 첫 '과학기술공동위원회' 회의를 열고 사태해결에 나섰고 이후 비핵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1994년 7월에야 간신히 해제됐다.
현 정부 들어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핵 자강론'이 다시 불거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11일 국방부·외교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문제가 심각해지면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 보유도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3일 계엄사태까지 겹쳤다. 미국은 핵 개발 우려, 정치적 격변, 테러 지원, 경제 안보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를 지정해왔다. 현재로선 6·3 조기대선이후 출범하는 차기 정부로 이 문제가 이월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보기엔 그럴듯해도,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을 깨고,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탈퇴해야 하며, 경제제재로 북한 같은 삶을 각오해야 한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 러시아, 시리아, 북한, 이란 등이 포함된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다는 점은 향후 대외 외교에도 부담이다.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외에 다른 미국 동맹국도 민감국가로 지정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민감국가 제재 발효의 원인은 '기술적 보완 문제'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핵 자강론'과의 연계성엔 일단 선을 그었다. 한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 "조속히 해제되도록 관계부처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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