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2~3년 전까지 'MZ세대 취미'로 떠오르며 호황을 누렸던 골프의류업계가 급격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거품이 꺼진 시장 상황에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골프의류 브랜드들이 잇달아 법정관리(기업회생)로 내몰리고 있다.
15일 법조계와 패션업계에 따르면 물류기업인 국보의 자회사 보그인터내셔날의 골프의류 브랜드 보그너는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6부(원용일 부장판사)는 지난 9일 1차 심문기일을 열고 회생 개시 여부를 심리 중이다.
보그너(BOGNER)는 독일 뮌헨 출신인 스키점프 및 크로스컨트리 선수 빌리 보그너 시니어가 1932년 설립한 전통 브랜드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골프 수요가 빠르게 꺾이면서 재고 부담과 수익성 악화 이중고에 시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그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 시기 국내 골프 붐을 타고 2019년 320억 원, 2020년 335억 원, 2021년 421억 원, 2022년 434억 원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골프 열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한 2023년부터 매출이 감소해 지난해는 2022년 대비 40% 감소한 2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도 2020년(-6억 1000만 원)에 이어 2022~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에 빠진 상태다.
앞서, 국내 토종 골프의류 브랜드 JDX를 전개하는 신한코리아도 경영악화에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21년 사업 확장 차원에서 추진했던 'UFC스포츠' 사업도 발목을 잡았다.
골프의류는 대표적인 선택 소비재로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중저가 브랜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소비를 중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코로나19 당시 골프 붐을 타고 너도나도 골프웨어 시장에 진입하면서 브랜드 포화 상태에 이른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업계에선 자금력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골프의류 브랜드들의 법정관리나 폐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일시적 특수'가 끝나고 골프웨어 시장이 본래 수요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브랜드 수는 포화 상태인데 소비자는 줄고 있어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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